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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작가 22

[전준우 칼럼] '작게 보이는 것의 의미'

최근 지인의 장례식이 있었다. 세 살 터울 누나였다. 학창 시절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고, 평생 기구를 몸에 장착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수술을 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다. 꽤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는 의외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사람들이 참 웃기고 답답하더라는 말과 함께. “언니 이제 마흔을 넘겼어. 얼마나 좋은 나이야? 가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 간 거잖아.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젊은 나이에 투병하느라 고생 많았지. 이제 하늘나라 가면 아픔도 없고 기쁨만 있을 거야." 다들 ..

기고 2022.05.06

[전준우 칼럼] '작은 성공에서 시작되는 용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참 신나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하던 게임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산책하는 동안,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생각했다. “왜 내가 이 게임을 하고 있을까?” 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심심할 때 혼자 즐길만한 게임을 한 번 배워볼까 하고 이것저것 쑤셔봤지만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다분히 의지력이 약한 탓이겠지만, 현실세계도 아닌 가상세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종종 산책을 다니는 것, 혼자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독서하고 책을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 생활이랄 게 없다. 반면에 3, 4년에 한 번씩 스타크래프트에 빠지는 습관이 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5..

기고 2022.03.30

[전준우 칼럼] '설득의 심리학'

수년 전 학습지 기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친절하고 겸손하셨으나, 간혹 그렇지 않은 분들도 더러 계셨다. 그런 분들을 관리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을 이야기해도 듣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젊은 남자 교사의 실력이 다른 교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날 리는 없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그러다 첫 책이 출간되자마자 내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는데, 항상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책이 출간된 이후에 전적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권한을 나에게 맡기는 분도 계셨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거나 스티커를 제작할 때도 의도적으로 전문가의 분위기가 풍길 수 있도..

기고 2022.02.18

[전준우 칼럼] '교육이 죽은 사회가 우리에게 알리는 경종'

◇외모 스트레스 나는 교육이 가진 가치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교육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터라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단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울적한 10대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내 얼굴이 무척 싫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독히 못생겨서다. 뽀얗고 눈망울이 큰 아이들과 달리, 내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눈만 말똥말똥했다. 예쁘게 생긴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파마를 했다. 어쩌면 나의 못생긴 얼굴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내 별명은 라면이 되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지독히도 못생겼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기고 2021.10.14

[전준우 칼럼]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동반자 최근에 알게 된 노래가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불렀던 노래, 김동률의 다.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미처 나의 이름을 잊지 못했다면 나지막이 불러주오 20대와 30대, 40대의 차이점은 사람을 다루거나 대하는 방법에 있다고 본다. 20대 때는 친구가 좋고,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좋다. 감각이 있고 위트 있는, 그래서 돋보이는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30대가 되면 의미 있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아내, 가족, 직장, 혹은 사업과 같은 것들. 나도 그랬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이 좋아서 10년이란 시간 중 대부분을 보냈다. 겸손과 품위를 갖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영혼의 친구를 만드는 것만 같아 소망스러웠다. 마흔이 가까워오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40대..

기고 2021.09.23

[전준우 칼럼] 'Resque, 그 아름다운 이름에 대하여'

◇소방관이 되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있었다. 사실 내 편에서 친해지려고 부던히 노력한 경우였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 외모, 굳게 다문 일자형 입술을 가진 그 선배는 또래 남학생이 봐도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어떤 초등학교 여학생이 연락처를 묻더란다. 가르쳐주었더니 그 때부터 결혼하자고 졸라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어머니랑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여학생이 "나 말고 만나는 여자가 있느냐"며 떼를 쓰는데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미남은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그 선배는 학교를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때 선배는 숨만 조금 고를 뿐,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1등으로 들어왔다. 고..

기고 2021.09.13

[전준우 칼럼] '도심에서 얻을 수 없는 마음의 묵상, 월든'

◇삶의 5단계 삶을 5단계로 나눌 수 있다면, 1단계는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며 즐기는 어린 시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무엇이든지 꿈꾸고, 계획하고, 세상 만물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단계다. 유년시절이 이에 속한다. 그다음 단계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1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다. 뭔가 의심스럽고, 만족스럽지 않으며,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기다. 3단계가 되면 성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단계로 대학생 무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4단계는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며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마지막 5단계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3단계와 4단계에 접어든 자녀를 보며 노후를 만끽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기고 2021.09.01

[전준우 칼럼] '제국의 미래(Day of Empire)가 아름다운 이유'

◇역사의 아름다움 학창 시절, 가장 싫어하던 과목이 수학과 국사였다. 공부 자체에 그다지 흥미가 없기도 했거니와 어렵고, 따분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수학과 국사를 왜 공부해야 했는지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 역시 나 개인에게 있어서 지나간 추억이며 과거이자 하나의 역사로 남아 있다. 역사란 어떤 면에서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학문이자 지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실이면서 과거에 존재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지나간 순간의 연속이며, 돌아오지 않는 강물과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나아가는 시간의 영속성 때문에, 과거와 역사는 일부 학생들과 고시생들에게 지루하고 외울 것이 많은 학문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반면에 역사는 미래를 통찰하는 기회를 내..

기고 2021.08.27

[전준우 칼럼] '수호지에 나타나는 영웅호걸의 삶'

사회문화, 고전문학, 혹은 역사에 관련된 책이 아닌 바에야 창조문학에 가까운 장편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수호지에 푹 빠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무협지는 읽지 않는 줄 알았다던 아내에게 “출간된 지 500년이나 된 무협지라면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수호지에 숨겨진 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수호지 7권에 나오는 어느 대화 장면이다. “듣자 하니 천자께서는 자네를 뽑아 양산박으로 보낸다더군. 내 자네에게 특히 할 말이 있어 불렀다네. 어디를 가든지 조정의 기강을 잃게 하고 국가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네. 논어에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알아 어디로 가든지 임금을 욕되게 하지 않는 자라야 사신이라 이를 수 있다.’라..

기고 2021.08.20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표준이라는 틀'

◇부장검사 출신의 공기업 사장 앞서 공기관 사장님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최근 들어 그 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분이었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분이었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사회공헌 활동에 관련하여 의논할 겸 인사드리러 간 자리였는데, 확실히 공기업은 작은 중소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관은 국민의 세금과 국고로 운영되므로, 국가의 존폐위기를 논하기 전까지는 큰 무리 없이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방문한 곳 역시 국가의 주요한 시설을 총괄하는 공기관이었으므로 중소기업에서 느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기고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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