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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 37

[전준우칼럼] '그들은 무엇을 보았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피하고자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를 죽이고, 또 우연히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한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 나중에 그가 죽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였고, 자신의 아내가 예언에 등장하는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버린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다룬 소포클레스 작 는 그리스 비극을 처음 접해본 나에게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서양 고전을 공부하는 동안 그리스의 비극이 실타래처럼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그리스 비극작품들이 정교한 나무틀처럼 짜임새 있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는 오이디푸스 왕의 저주와 가문에 내려진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이 장님이 되..

기고 2023.08.22

[전준우칼럼] '휴브리스, 어제까지의 영광'

20대 중반 무렵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 있다. 그는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마흔을 넘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만 보면서 자랐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파트타임 외에 이렇다 할 일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를 운명론자에 가깝다고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운명보다 걷잡을 수 없는 교만이 스스로의 길을 패망으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의 눈동자와 말투에서 확인하곤 한다.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군대와 스파르타의 300명 장군들의 전쟁, 거친 전투 끝에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영화 '300'은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책과는 다르게 엄청난 분량의 픽션을 가미하긴 했으나, 미디어 분야..

기고 2023.07.24

[전준우 칼럼] '작게 보이는 것의 의미'

최근 지인의 장례식이 있었다. 세 살 터울 누나였다. 학창 시절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고, 평생 기구를 몸에 장착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수술을 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다. 꽤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는 의외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사람들이 참 웃기고 답답하더라는 말과 함께. “언니 이제 마흔을 넘겼어. 얼마나 좋은 나이야? 가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 간 거잖아.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젊은 나이에 투병하느라 고생 많았지. 이제 하늘나라 가면 아픔도 없고 기쁨만 있을 거야." 다들 ..

기고 2022.05.06

[전준우 칼럼] '작은 성공에서 시작되는 용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참 신나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하던 게임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산책하는 동안,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생각했다. “왜 내가 이 게임을 하고 있을까?” 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심심할 때 혼자 즐길만한 게임을 한 번 배워볼까 하고 이것저것 쑤셔봤지만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다분히 의지력이 약한 탓이겠지만, 현실세계도 아닌 가상세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종종 산책을 다니는 것, 혼자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독서하고 책을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 생활이랄 게 없다. 반면에 3, 4년에 한 번씩 스타크래프트에 빠지는 습관이 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5..

기고 2022.03.30

[전준우 칼럼] '설득의 심리학'

수년 전 학습지 기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친절하고 겸손하셨으나, 간혹 그렇지 않은 분들도 더러 계셨다. 그런 분들을 관리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을 이야기해도 듣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젊은 남자 교사의 실력이 다른 교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날 리는 없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그러다 첫 책이 출간되자마자 내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는데, 항상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책이 출간된 이후에 전적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권한을 나에게 맡기는 분도 계셨다. 그래서 명함을 만들거나 스티커를 제작할 때도 의도적으로 전문가의 분위기가 풍길 수 있도..

기고 2022.02.18

[전준우 칼럼] '사색의 품격, 사색이 자본이다'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전업작가가 되고 난 뒤로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고요한 시간이 좋아서다. 새벽에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주 조용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재에서 책을 넘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 키보드 탁탁거리는 소리, 무언가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고요한 쾌감이, 나는 너무 좋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의 저서에서 종종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부랑은 전혀 거리가 멀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렴풋하게 했지만, 이렇다 할 멘토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기에 그저 괴로운 10대를 보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한 번도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기고 2021.11.05

[전준우 칼럼] '교육이 죽은 사회가 우리에게 알리는 경종'

◇외모 스트레스 나는 교육이 가진 가치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교육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터라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단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울적한 10대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내 얼굴이 무척 싫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독히 못생겨서다. 뽀얗고 눈망울이 큰 아이들과 달리, 내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눈만 말똥말똥했다. 예쁘게 생긴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파마를 했다. 어쩌면 나의 못생긴 얼굴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내 별명은 라면이 되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지독히도 못생겼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기고 2021.10.14

[전준우 칼럼] '우리, 정상에서 만납시다'

◇동반자 지그 지글러 Zig ziglar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자동차 세일즈 업계에서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업을 해보겠답시고 회사를 퇴사하고 나와서 엄청난 고생을 하던 때였다. 선배들을 봐도 숙련된 노하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방법이 있는 것 같진 않았고, 어떤 식으로 세일즈를 배워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후 세일즈에 관련된 책이란 책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사업에 적용시키던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기부여가이자 상당히 수준 높은 세일즈맨으로서의 삶을 산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그 지글러는 그런 세계적인 세일즈맨이자 동기부여가 중 한 사람으로, 이미 수백만 부의 저서를 판매한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엔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

기고 2021.09.29

[전준우 칼럼]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동반자 최근에 알게 된 노래가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불렀던 노래, 김동률의 다.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미처 나의 이름을 잊지 못했다면 나지막이 불러주오 20대와 30대, 40대의 차이점은 사람을 다루거나 대하는 방법에 있다고 본다. 20대 때는 친구가 좋고,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좋다. 감각이 있고 위트 있는, 그래서 돋보이는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30대가 되면 의미 있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아내, 가족, 직장, 혹은 사업과 같은 것들. 나도 그랬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이 좋아서 10년이란 시간 중 대부분을 보냈다. 겸손과 품위를 갖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영혼의 친구를 만드는 것만 같아 소망스러웠다. 마흔이 가까워오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40대..

기고 2021.09.23

[전준우 칼럼] 'Resque, 그 아름다운 이름에 대하여'

◇소방관이 되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있었다. 사실 내 편에서 친해지려고 부던히 노력한 경우였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 외모, 굳게 다문 일자형 입술을 가진 그 선배는 또래 남학생이 봐도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어떤 초등학교 여학생이 연락처를 묻더란다. 가르쳐주었더니 그 때부터 결혼하자고 졸라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어머니랑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여학생이 "나 말고 만나는 여자가 있느냐"며 떼를 쓰는데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미남은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그 선배는 학교를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때 선배는 숨만 조금 고를 뿐,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1등으로 들어왔다. 고..

기고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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