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표준이라는 틀'

스타트업엔 2021. 8. 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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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출신의 공기업 사장

 

앞서 공기관 사장님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최근 들어 그 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분이었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분이었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사회공헌 활동에 관련하여 의논할 겸 인사드리러 간 자리였는데, 확실히 공기업은 작은 중소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관은 국민의 세금과 국고로 운영되므로, 국가의 존폐위기를 논하기 전까지는 큰 무리 없이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방문한 곳 역시 국가의 주요한 시설을 총괄하는 공기관이었으므로 중소기업에서 느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초고위층 공무원으로 종사한 사장님과의 대화는, 어쩌면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정도의 이야기였다.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사고의 교류를 거쳐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그마저 누군가의 흔쾌히 좋은 기분만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분야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년 검사 출신의 공기관 대표. 어쩌면 공기관의 한계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다분히 고리타분한 정도의 표준을 중시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기관이 운영되는 것이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어느 분야에서 종사하든, 큰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표준이다.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와 도전정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기준점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준의 프레임에 대해 앞서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협상에 있어서 표준을 제시하는 것보다 정확한 방법은 없다. 표준을 제시한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선택적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사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상대방 역시 표준으로 대응했을 때, 앞서 방문한 공기관처럼, 그 결과가 반드시 좋다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 가치야 어찌 되었건 결국 돈 이야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마찬가지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던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경청한다던지 하는 태도가 인간관계에서는 필요한 기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표준이 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점이라는 것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익숙해져 버린 단어들 중 하나인 갑질, 가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조직문화, 겉으로는 배려와 친절을 이야기하지만 마음에서는 남보다 훨씬 먼 관계와 같은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것. 아주 작고 사소한, 쉽게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부조리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표준인지도 모른다. 그런 표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업가들이다. 

◇기업가의 가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은 기업가들이다. 1인 기업가든, 공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든, 기업가는 모든 조직에서 가장 우위를 범하는 집단이다. 사람을 고용하고, 상품을 만들며, 만들어진 상품을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재화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돈을 버는 방법, 다른 표현으로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그들은 묘하게도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자신의 삶을 이전보다 낫게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성공한 기업가가 되느냐에 대한 논의는 본 지면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질문이므로 생략한다. R. 제임스 브라이딩의 [스위스 메이드],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역사적 기업가들이 어떤 내적 방향성과 성실성을 갖고 사업을, 국가를, 인류의 미래를 발전시켜왔는지 공부해보라.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관용, 수준 높은 도덕적 가치의 추구, 통합 능력 등등. 이 모든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업가들과 대화를 나눌 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기업가들은 누구나 알 만한 표준을 중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표준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과 자세를 취하면 쉽게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며,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크고 넓은 사회적 비중을 가진 사람들이다. 올바른 윤리의식, 수준 높은 업무 기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기준점이 높기 때문에 표준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무척 많다. 

◇그가 선택한 표준의 길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잘 아는 동생이 국내 모 방송사 무대감독을 뽑는 자리에 지원했다. 2명을 채용하는데 640명이 몰렸으니, 경쟁률이 무려 320 :1이었다. 게다가 지원자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지만 이 친구는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그런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혜의 힘이었다.

 

언젠가 울산을 방문한 그 동생에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떻게 최종 합격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3시간에 걸친 면접 중 12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기억나는 3가지 질문과 대답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질문 1] 만약 반대가 심한 곳에서 취재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내 시간을 팔아서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 우리는 어려운 형편 앞에서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데, 시간을 들여서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 2]  쓰나미가 와서 아주 열악한 형편에 빠진 섬이 있다. 그 섬에 6개월간 취재를 가야 한다. 그 섬에 가져가고 싶은 것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는가? 


첫 번째는 성경이다. 내가 속한 단체의 설립자 목사님이 세상 모든 어려움과 형편을 이기는 힘은 성경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하셨다. 성경에서 지혜와 힘을 얻어서 어려움을 넘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강한 마음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어려움과 역경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세 번째는 친한 친구다. 친한 친구는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무조건 찬성하고 동조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냉철하게 꾸짖고 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질문 3] 소경에게 좋은 공연을 기획해서 보여준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에는 온도가 있다. 차가운 말에는 차가운 온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낀다. 나는 따뜻한 온도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말에 온도를 실어서 그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말에 따뜻한 온도를 실으면 따뜻한 마음을 느낄 것이다. 

무사히 면접을 마쳤는데 면접을 담당한 부장님이 불렀다. “내가 자네를 다시 부르면 와줄 수 있겠느냐?”라고 하면서. 공부는 잘하지만 마음을 다스린 적이 없는 사람,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음에도 살면서 싫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래 못 가서 그만두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 것을 베테랑 부장은 경험으로 알았다. 지혜로운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 생각해봤을 때, 표준은 고리타분한 사실을 지루하게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표준? 그렇게 재미없는 인생이 어디 있나? 그러나 사실은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내면의 힘이며, 협상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의 합격 비결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을 갖추었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표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 틀 말이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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