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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칼럼 10

[전준우칼럼] '그들은 무엇을 보았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피하고자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를 죽이고, 또 우연히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한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 나중에 그가 죽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였고, 자신의 아내가 예언에 등장하는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버린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다룬 소포클레스 작 는 그리스 비극을 처음 접해본 나에게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서양 고전을 공부하는 동안 그리스의 비극이 실타래처럼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그리스 비극작품들이 정교한 나무틀처럼 짜임새 있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는 오이디푸스 왕의 저주와 가문에 내려진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이 장님이 되..

기고 2023.08.22

[전준우칼럼] '휴브리스, 어제까지의 영광'

20대 중반 무렵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 있다. 그는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면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마흔을 넘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만 보면서 자랐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파트타임 외에 이렇다 할 일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를 운명론자에 가깝다고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운명보다 걷잡을 수 없는 교만이 스스로의 길을 패망으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의 눈동자와 말투에서 확인하곤 한다.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군대와 스파르타의 300명 장군들의 전쟁, 거친 전투 끝에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영화 '300'은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책과는 다르게 엄청난 분량의 픽션을 가미하긴 했으나, 미디어 분야..

기고 2023.07.24

[전준우 칼럼] '작게 보이는 것의 의미'

최근 지인의 장례식이 있었다. 세 살 터울 누나였다. 학창 시절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고, 평생 기구를 몸에 장착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수술을 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다. 꽤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는 의외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사람들이 참 웃기고 답답하더라는 말과 함께. “언니 이제 마흔을 넘겼어. 얼마나 좋은 나이야? 가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 간 거잖아.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젊은 나이에 투병하느라 고생 많았지. 이제 하늘나라 가면 아픔도 없고 기쁨만 있을 거야." 다들 ..

기고 2022.05.06

[전준우 칼럼] '사색의 품격, 사색이 자본이다'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전업작가가 되고 난 뒤로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고요한 시간이 좋아서다. 새벽에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주 조용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재에서 책을 넘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 키보드 탁탁거리는 소리, 무언가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고요한 쾌감이, 나는 너무 좋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의 저서에서 종종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부랑은 전혀 거리가 멀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렴풋하게 했지만, 이렇다 할 멘토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기에 그저 괴로운 10대를 보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한 번도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기고 2021.11.05

[전준우 칼럼] '우리, 정상에서 만납시다'

◇동반자 지그 지글러 Zig ziglar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자동차 세일즈 업계에서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업을 해보겠답시고 회사를 퇴사하고 나와서 엄청난 고생을 하던 때였다. 선배들을 봐도 숙련된 노하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방법이 있는 것 같진 않았고, 어떤 식으로 세일즈를 배워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후 세일즈에 관련된 책이란 책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사업에 적용시키던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기부여가이자 상당히 수준 높은 세일즈맨으로서의 삶을 산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그 지글러는 그런 세계적인 세일즈맨이자 동기부여가 중 한 사람으로, 이미 수백만 부의 저서를 판매한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엔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

기고 2021.09.29

[전준우 칼럼]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동반자 최근에 알게 된 노래가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불렀던 노래, 김동률의 다. 행여라도 그대의 마지막 날에 미처 나의 이름을 잊지 못했다면 나지막이 불러주오 20대와 30대, 40대의 차이점은 사람을 다루거나 대하는 방법에 있다고 본다. 20대 때는 친구가 좋고,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좋다. 감각이 있고 위트 있는, 그래서 돋보이는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30대가 되면 의미 있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아내, 가족, 직장, 혹은 사업과 같은 것들. 나도 그랬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이 좋아서 10년이란 시간 중 대부분을 보냈다. 겸손과 품위를 갖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영혼의 친구를 만드는 것만 같아 소망스러웠다. 마흔이 가까워오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40대..

기고 2021.09.23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사람과 사람의 대화'

◇식사나 같이 합시다 마음을 활짝 열고 지내는, 부모님 뻘 되는 여성 은사님이 계신다. 젊고 건장한 남자라는 것을 제외하고 나에게 마음을 열 만한 계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 챙겨주시는 분이다. 언젠가 그 분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분을 소개받았는데, 서로에 대한 적절한 소개가 없었더라면 결코 만나보지 못했을 부류의 인물이었다. 지역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그 분은 "전준우 선생님, 식사나 같이 합시다."하며 인사를 건넸는데, 마흔살도 되지 않은 내가 예순을 훌쩍 넘긴 초로의 노신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상당한 가치를 주고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나는 내가 근무하는 센터의 부지에 생활체육시설을 건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의를 드렸고,..

기고 2021.07.29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Giver, 흥정의 법칙'

◇흥정의 기술 앞서 이야기한 중소기업처럼 사람을 얻는 것의 이점과 결과를 생각하지 않아 사람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에 적절한 흥정과 협상의 법칙을 활용해서 사람을 얻거나 이득을 얻는 경우도 있다. 수년 전 지갑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른 적이 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지갑을 발견한 나는 가격을 확인했다. 9만 6,000원이었다. 도대체 6천원은 뭔가 싶어 직원에게 물었다. "6천원은 뭔가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9만원이면 9만원, 10만원이면 10만원이지 6천원은 뭔가 싶어서요." "아, 지금 할인행사 중이라서 할인된 가격으로 드리는 거에요." "할인을 한다면, 판매량이 많이 높지 않다는 의미일텐데, 혹시 얼마까지 할인이 가능한가요?" 점원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9만 1,000원까지..

기고 2021.07.22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라'

◇책 보는 나쁜 습관 이 세상을 거쳐간 모든 만물에게 24시간은 동일한 선물이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인생도 없지만, 시간을 관리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은 많지만,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면 자연스럽게 시간 관리는 잘하게 되어 있다. 시간 관리를 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필요한 '이유'는 바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수년 전 무역회사를 창업했다. 이름만 무역회사였지, 1인 기업에 불과했다. 젊은 패기, 뚝심으로 시작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사상누각이었다.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시도한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했다. 사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상당한 경제적 타격과 어려움을 겪었다...

기고 2021.07.19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직업과 대화의 기술'

◇직업과 대화의 기술 언젠가 대구 COEX에서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초대형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 말쑥한 슈트와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모이는 그 장소에는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든 열정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물론 모든 컨퍼런스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관객, COVID-19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이 활성화된 시점에서 290개에 달하는 공기관과 기업, 3,500명가량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투자되었겠으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으면서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주최 측의 수고가 어떠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박람회 현장에는 ..

기고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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