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Giver, 흥정의 법칙'

스타트업엔 2021. 7. 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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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의 기술

 

앞서 이야기한 중소기업처럼 사람을 얻는 것의 이점과 결과를 생각하지 않아 사람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에 적절한 흥정과 협상의 법칙을 활용해서 사람을 얻거나 이득을 얻는 경우도 있다. 

 

수년 전 지갑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른 적이 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지갑을 발견한 나는 가격을 확인했다. 9만 6,000원이었다. 도대체 6천원은 뭔가 싶어 직원에게 물었다.

 

"6천원은 뭔가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9만원이면 9만원, 10만원이면 10만원이지 6천원은 뭔가 싶어서요."
"아, 지금 할인행사 중이라서 할인된 가격으로 드리는 거에요."
"할인을 한다면, 판매량이 많이 높지 않다는 의미일텐데, 혹시 얼마까지 할인이 가능한가요?"

점원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9만 1,000원까지 해드릴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해주시는 김에 천원도 깎아주세요. 만일 제가 오늘의 첫 손님이라면 말이에요."

 

잠시 후 나는 96,000원짜리 지갑을 9만원에 사서 백화점을 나왔다.

매장의 직원입장에서 나의 흥정이 무례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시도를 어느 곳에서든지 활용된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든지 시도해보는 것이다. 결과는 좋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나는 그 백화점과 브랜드의 단골손님이 되었으므로, 지갑을 구매한 브랜드와 백화점에는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이었다. 꼭 백화점이 아니라도 괜찮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차지점에서는 항상 흥행과 협상이 존재하는 법이다. 

 

언젠가 부산에 갔다가 유명한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매장이 한산한 데 비해, 손님이 붐비다 못해 줄지어 서있는 식당 두 곳을 발견했다. 한 곳은 통닭가게였고, 한 곳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판매하는 분식점이었다.

우선 통닭가게는 굉장히 맛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바삭함, 가격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양을 제공하는 통닭집이었기에 손님이 붐빌 만도 했다. 떡볶이와 오뎅, 순대를 판매하는 분식점도 맛은 상당히 좋았지만 무엇 때문에 손님들이 붐비고 있었는지는 잘 몰랐다. 그러다 아내와 내가 둘 다 지갑을 차에 두고 온 것이 기억나서 '차에 지갑을 두고 왔는데 얼른 갖고 와서 계산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젊은 사장이 한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리를 향해 "괜찮아요, 그냥 드세요. 돈은 나중에 갖다 주시구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친절함,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고객 만족을 위해서만 장사를 하겠다는 베풂의 자세가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시대에 단연 돋보이는 장점들로 다가왔을 것이다. 

◇표준의 활용

 

흥정이든 협상이든, 표준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지키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같다. 가격 흥정,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대화, 상호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협상에서 표준은 가장 정확한 기준이자 합리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표준이 기준 그 자체가 될 리는 없겠지만, 능숙하게 표준을 다룰 줄 아는 것이야말로 협상에 있어서 훌륭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일즈 업종에 종사할 때, 가격할인 쿠폰을 무료로 배포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 인근에 있는 공기관을 방문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쿠폰을 무상으로 제공해드리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중에 있는 한 직원이 큰 소리로 "우리는 필요 없어요, 나가세요." 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민망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나는 그 직원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이야기했다.

 

"제가 여기에 고객으로 올 수도 있는데, 여기는 처음 방문한 고객한테도 이런 식으로 응대하는가요?" 

 

고객관리는 기업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불친절하다거나, 과오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는 낙오가 찍히는 순간 모든 문제는 고객에게서 기업으로 넘어간다. 표준을 어겼다는 사실 때문이다. 친절을 무기로 삼는 서비스직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는 표준에 입각한 친절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기업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에서 친절하지 않은 존재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모기나 파리 뿐이다. 

◇Giver, 가장 큰 핵심 가치

 

그러나 친절보다 더 좋은, 훨씬 더 의미있는 협상의 기준이 있다. 최근에 가까운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수많은 이론을 파하고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의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지인은 기자 출신의 사회적 기업가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책을 출간했으며, 출판사의 대표로 재직중인 그는 종종 가까운 동생들, 혹은 나처럼 나이가 많은 형(!)을 식사자리에 초대한다. 모든 비용은 본인이 낸다. 식사 한 번 대접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적잖은 비용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비용을 지불하는 그에게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다. 충분히 더치페이를 할 수 있는데 굳이 식사를 대접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그의 대답은 이랬다.

 

"한 끼 식사가 3만원이라고 했을 때, 저는 3만원을 내고 한 사람을 얻는 겁니다. 대신 그 사람을 통해서 얻는 가치는 상당한 것이지요. 5명이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저는 밥값으로 15만원을 내는 거지만, 사실 4명의 사람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해서 10만원 꼴인 셈입니다. 훨씬 이득인 거죠."

 

협상은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시키는 일이므로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람을 얻는다는 것'의 의미를 곡해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자주 만난다. 진정한 협상, 진정한 흥정은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나의 이해득실을 먼저 고려하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인간적인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회원수가 400여 명에 달하는 로타리 클럽을 운영하는 어느 대표님께서 내게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이야기하셨다. 젊은 사람이 사무실 관리도 해주고, 또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면서 많은 일들을 해보라는 의미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나는 사무실에 방문할 때마다 바로 옆 부동산 상가 사장님에게 인사를 했는데, 그게 사무실에 방문할 때마다 내가 하는 첫번째 일과였다.

 

나이가 70이 훌쩍 넘어가는 고로임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의 자산가이자 지역 발전위원회 회장직함을 가진 노신사는 늘 깍듯이 인사를 하는 내게 아낌 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이후에 빗자루로 깨끗히 쓸고, 밀대로 닦고, 걸레로 책상을 닦는 일을 했는데, 어두침침하고 어둡던 사무실이 금방 밝아졌다. 대표님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사무실도 공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인간적인 소통은 세대차이를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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