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보소를 고객사의 구매팀 직원, 판매팀 직원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재 시장의 문제에 한발 앞서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마켓오브메테리얼(Market Of Material)의 창업자 3인이 가장 강조한 말이고, 인터뷰 전체의 맥락을 관통하는 말이다.
마켓오브메테리얼의 창업자 3인은 외국계 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 플랜트 기자재를 제작하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 중에 판매망이 부족한 업체들,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을 보고 2020년 3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플랜트 자재를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면, 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연결되어 오프라인 거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많은 잠재 고객과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서,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는 온라인 장터만으로 해소되기 어렵고, 근본적인 원인인 정보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형우 이사는 “창업 후에 몇 차례의 외주 개발은 모두 실패하고, 고생 끝에 오픈한 서비스를 접은 적도 있지만, 22년 4월 스틸보소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가 운 좋게 시장의 반응을 얻었다. 스틸보소를 통해 제공하는 견적 서비스는 거래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보다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작년 상반기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고객분들이 계속 찾아 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틸보소 서비스 오픈 후 작년 한 해 동안 18억의 매출을 올린 마켓오브메테리얼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21년 대비 매출 기준 20배 성장, 채용 인원은 3배 이상 증가한 아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싱가포르 법인 설립 및 건축자재 시장 진출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창업자 3인(조윤기 대표(40), 김경호 이사(서비스 운영, 41), 권형우 이사(영업, 42))을 만났다.
Q: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조윤기 대표(이하 조) : 비철제련 엔지니어링을 하는 고려아연의 계열사에서 공정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플랜트 산업을 처음 접했고,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인 NOV에서 기획/영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플랜트 시장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플랜트 자재 시장이나 다른 산업재 거래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경호 이사(이하 김) : 첫 직장부터 플랜트 산업과 연관이 깊은 포스코플랜텍 (당시 성진지오텍)으로 입사해서 PM (Project Management) 업무를 담당했고 조 대표를 만난 NOV (National Oilwell Varco, 미국)에서도 PM을 담당했습니다. 12년 정도 PM 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현재는 스틸보소 서비스 운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권형우 이사(이하 권) : 김경호 이사 와 첫 직장인 포스코플랜텍 입사 동기다. 시작부터 자재 구매, 수출입 업무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 담당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잘하는 것과 어려워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Q: 세 분이 만나게 된 계기는?
권: 저와 김 이사는 포스코플랜텍 입사 동기이고, 김 이사와 조 대표는 NOV에서 같이 근무했습니다. 19년 말에 김 이사의 소개로 조 대표를 만났고, 그날 저녁 먹으면서 바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우리 셋이 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바라는 바도 같았지만, 무엇보다 아주 오래된 절친처럼 코드가 맞았습니다.
Q: 왜 플랜트 산업에 쓰이는 배관재를 첫 번째 도메인으로 결정했습니까?
김: 플랜트 산업도 배관재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분야입니다. 솔직하게 이게 배관재를 첫 번째 도메인으로 선택한 이유지만, 배관재의 확장성이 우리가 첫 번째 도메인을 잘 선택했다고 판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배관재는 모든 공종의 플랜트, 우리 주변의 모든 곳에 쓰입니다. 전통적인 Oil&Gas 플랜트, 발전플랜트, 조선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산업 플랜트,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 그리고 아파트 같은 건설 시장의 주요 자재이기도 합니다.
Q: B2B 온라인 서비스는 필드 영업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영업하고 있나요?
권: 울산, 부산, 경상도, 평택, 안성, 천안 등 플랜트 기자재와 관계있는 업체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서 담당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수주 영업도 하지만, 현장에서 파악되는 다양한 문제,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을 파악해서 데이터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입니다.
Q: 회사가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조: 20년 말, 21년 초가 가장 힘들었는데, 연속된 외주 실패로 서비스도 오픈 못하고, 만나주는 투자사도 없고, 지원했던 스타트업 육성사업 정부지원 사업 모두 떨어졌습니다. 결국, 21년 초에 회사 통장에는 20만 원, 제 개인 통장에는 2만 원만 남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출장 가던 중에 제 실수로 추돌사고를 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건, 다행히 다친 분도 없었고, 사고 난 제 차를 전손처리하면서 목돈이 생겼습니다. 그 돈으로 회사 운영도 하고 생활비도 가져다주고, 버티다 보니 청창사(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되고, 청창사에서 만난 투자사 두 곳에서 모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금으로 숨통도 트일 수 있었지만, 좋은 투자사 분들을 만나서 TIPS (운영사: 에트리홀딩스)에도 선정되고, 특히 어썸벤처스에서 전방위로 지원해 주셔서 22년 목표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낸 추돌사고가 기회의 시작이었습니다.(웃음)
Q: 스틸보소 서비스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 21년 11월에 배관재 거래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담고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었습니다. 오픈 후 2달 넘게 사용자가 거의 없었고 이탈률도 90% 이상이었습니다. UI/UX 디자인도 고려하지 못했고, 기능상 문제도 많았습니다.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에, 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시장에서는 견적을 주고받기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에, 우리가 견적에만 집중한 온라인 서비스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스틸보소 서비스 오픈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개발자 친구도 합류했고, 예상대로 스틸보소 서비스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Q: 스틸보소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 스틸보소 V2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대량의 견적 데이터 및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여 구축한 가격 분석 시스템을 통해 자동 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격을 확인하고 싶은 자재를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고 입찰용 견적을 요청하면, 요청하는 즉시 가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구매용 견적을 요청하면 최대 3개의 견적을 제공하는 비교 견적 서비스도 진행 중인데, 단 한 번의 구매용 견적 요청으로 고객이 요청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한 견적과 특별한 경쟁력을 갖춘 2개의 옵션 견적을 제공합니다. 구매 회원은 견적을 비교하기 위한 수고를 줄일 수 있고, 판매 회원은 보유한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거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견적 요청부터 거래 완료까지 모든 시점이 기록되고 언제든 온라인으로 관련된 문서를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거래 관리 기능도 제공하고 있고,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웹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스틸보소 서비스의 반응이 좋았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권: 우선, 작년 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시장에서 당장 필요한 서비스를 시의적절하게 내놓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틸보소 서비스 자체를 보면, 오프라인과 다르게 견적 요청, 견적 작성 및 제출이 모두 간편합니다. 22년 4월 서비스 오픈 후부터 12월까지 견적 서비스 재이용률은 약 60%, 재구매율은 70% 이상입니다.
Q: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김: 온라인 고객이 처음 견적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온라인 첫 거래가 발생했을 때, 모두 기억에 남지만, 서비스 초기부터 현재까지 10회 이상 온라인 견적 서비스를 이용하시면서, 매번 개선해야 할 점이나 원하는 기능을 피드백 주시는 온라인 고객이 한 분 계십니다. 우리 팀의 어느 누구의 지인도 아니고, 오프라인 영업하면서 만났던 분도 아닌데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피드백을 계속 주셔서 서비스 개선에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회사 내부에서는 귀사를 어떻게 바라 보나요? 회사의 분위기를 말해주세요
김: 한 단어로 얘기하면 ‘자율’이 우리 회사 분위기입니다. 모두 각자 맡은 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몰두합니다. 직함 없이 모두 영어 이름 부르고, 연간 24일의 연차도, 주 2회 재택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용하지만, 모두가 제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믿을 수 있고, 업무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같이 놀 때도 미친 듯이 집중해서 놉니다. 우리가 인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추후의 사업 방향과 중장기 수익모델은?
조: 거래 품목과 시장, 서비스를 모두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배관재로 시작했지만, 온라인 거래로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랜트 자재들도 우리의 알고리즘으로 거래 가능합니다. 또, 올해 건축 배관재 시장으로 넓히는 것처럼, 현재 서비스 혹은 도메인과 연관이 있는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올해 싱가포르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해외 고객사를 빠르게 끌어들이면, 품목과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품목과 시장을 넓히면 고객사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우리가 고객들을 위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많아집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객들이 원하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업 방향대로 진행하면,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거래해서 얻는 마진 외에도 중개 거래 수수료, 분석한 데이터의 구독 모델도 가능합니다. 고객분들 중 거래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데이터에 기반한 업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추후에는 브랜딩 서비스나 풀필먼트 서비스의 제공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포부는?
조: “견적과 관련된 문제 및 오프라인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틸보소 서비스 외에도, 시장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B2B 거래 시장의 많은 분들이 자재 거래를 위해 혹은 업무의 불편함을 해결해야 할 때, 우리를 찾으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입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최적의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B2B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하여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스타트업엔 유인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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