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을 겪는 시기가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비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의 먹는 것을 혁신합니다’
농수축산물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농업계의 구글, 농슬라(농업계의 테슬라)의 별칭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이 있다. 농업 플랫폼, 스마트팜, 유통 혁신 플랫폼, 탄소사업, 농가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펼치고 있는 ㈜그린랩스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의 먹는 것을 혁신합니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린랩스의 최만항 법무실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Q.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그린랩스의 법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최만항 변호사입니다.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연수원, 법무관을 거쳐 대형 로펌에서 기업법무, 금융 및 M&A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후 국내 상장사 대기업, 외국계 글로벌기업을 거쳐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인 그린랩스에 합류하였습니다.
그린랩스에서는 법무실을 만들고 계속해서 회사에서 요구되는 업무, 회사에 필요한 업무들에 맞추어 팀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3개팀(기업법무팀, 준법운영팀, GRC팀)을 구성했고 구성원은 입사 예정인 분들을 포함하면 올해 약 10명 정도로 예상되네요. 개인적인 영역에서 특이한 점은 고양이 6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 있네요.
Q.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시다가 로펌을 떠나고 이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거쳐 그린랩스로 합류하셨었는데 스타트업 기업 변호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A. 스타트업 기업 변호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변호사면서 기업법무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스타트업도 기업의 유형 중 하나인 거죠. 다만, 스타트업의 사내 변호사로 합류하게 된 것은 좀 더 Early Stage에서 경험을 쌓기 위함도 있고, 법무라는 영역을 넘어서 기업의 경영과 사업에 좀 더 깊게 참여하고 싶은 목적도 있습니다. 회사가 작을 때에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하니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죠.
Q. 스타트업 법무조직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A. 일반적인 법무 역할, 예를 들면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의 전 과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검토 및 관리하는 역할, 발생하는 법적 분쟁을 해결하거나 사업과 관련된 법적 이슈들을 검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들은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컴플라이언스 업무도 수행하고, 나아가 리스크 관리 및 거버넌스 정립도 저희 법무실의 역할입니다. 특별히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커머셜한 판단도 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대기업에 있을 때는 보통 사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법무에서 (괜히)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스타트업에서는 모든 일들이 경험이 부족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사업부와 법무가 같은 팀처럼 고민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스타트업의 법무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사업과 경영에 대한 경험과 안목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대기업과 다른 성장 포인트입니다.
Q. 그린랩스는 어떤 회사이고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셨는지요?
A. 대표님들이 그린랩스 이전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때부터 원래 알고 지냈었고 이후 그린랩스를 창업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린랩스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서 회사가 또다시 급성장하게 되는 시점이라 기업법무 쪽에도 전문 인력들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마침 저도 다니던 회사가 매각되면서 지배 구조에 변동이 생겼고 계속 남을지 새로운 도전을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라 인연이라 생각하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그린랩스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팜모닝'이라는 플랫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플랫폼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팜모닝은 내부에서는 흔히 농민들의 구글이라는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농가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이면서, 나아가 스마트팜 설비와 자재 공급을 통해 농가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신선하이’라는 서비스는 농가에서 생산되는 작물을 유통하는 서비스인데 종국적으로는 농가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유통구조의 혁신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Q. 그린랩스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요?
A. 그린랩스의 수익은 팜모닝은 무료 앱으로 농가들에게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스마트팜 등 신축 수익과 농산물 유통 단계를 간소화하는 혁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Q.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면서 법무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그린랩스 법무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A. 유통업까지 다루게 되면서, 전통적인 농축수산물의 유통시장의 구조에 여러 가지 혁신이 필요한 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구조를 개선하려면 거래 구조 및 기준, 이행 관리 방안 기타 농작물이 생산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법률적인 이슈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구조를 만들 때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하게 되고, 여러 방향으로 시도해 보는 역할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완화하는 역할도 법무실에서 기여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일하는 방식도 규모에 부합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모든 회사의 사업은 결국 거래와 계약으로 진행되다 보니 내부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역할 또한 법무실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대기업들은 수십 년에 거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러한 것들이 만들어졌지만 저희는 매우 단기간 내에 성장이 되어야 하다 보니 훨씬 정신없는 것 같네요.
또한 스타트업은 투자자와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투자 계약,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 구조, 회사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M&A 등 좀 더 전문적인 기업법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Q. 그린랩스에서는 '법틀'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틀' 시스템을 도입하신 후 어떤 점이 도움이 되셨는지요?
A. 우선은 스타트업의 경우 보통 히스토리가 남지 않아서 업무 인수인계가 잘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법틀이 도입된 이후에는 모든 내역들이 기록되어 있고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되고 회사의 운영상황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그룹웨어를 사용하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IT 솔루션(구글, 슬랙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협업 툴 또한 개발자 조직에 유용하지만 법무관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법틀의 경우 법무조직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사용자들도 몇 번의 경험을 가져보면 쉽게 적응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면서 특히 저희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까지 제공해 주셔서 활용도가 높은 솔루션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 관리 측면에서도 기존에는 날인된 계약서가 분실되거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모두 전산화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계약서의 수정 과정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으므로 오래된 거래의 히스토리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법률자문 기능 또한 기존에는 슬랙이나 이메일로 이루어졌고 담당자가 퇴사할 경우 기록이 누락되거나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찾기도 어려웠지만, 요즘은 모든 자문 요청을 법틀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더라도 과거의 법률 이슈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고 사업부서와의 소통 또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스타트업에서 기업 변호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법무팀 혹은 변호사와 IT 기술(AI 포함)의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예측하시나요?
A. 리걸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법무 인력들이 관심을 가지고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법무팀이나 사내 변호사가 전통적인 Legal Operation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Legal Project Managing뿐만 아니라 미들 오피스로서 사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분야의 업무를 다루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업무방식과 데이터 관리, 다른 부서들과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등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IT 기술의 활용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기관이나 공기업이 HWP와 같은 국내 기업 솔루션의 포맷을 대부분 사용하다 보니 법무나 대관 부서에서도 동일한 포맷을 사용하는데, IT사업을 수행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연동의 편의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솔루션을 주로 쓰는 경향이 많고, 요즘은 Cloud, SaaS 방식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마치 한 가족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과 같은데요. 생존이 주된 목적인 스타트업에서는 부서 간의 이런 작은 장애요소 하나만으로도 많은 손실이 발생하게 되죠.
IT 기술은 법무라는 영역을 떠나서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더 큰 성과를 더 빠르게 내기 위해서는 필수입니다. 특히 스타트업과 같이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다급하게 검토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조직의 리더가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 보고서 만들고 여러 단계의 오프라인 회의를 하고 수많은 인쇄물들을 생산해야 한다면 젊고 똑똑한 구성원들이 그런 조직에 누가 들어가려 할까요?
Q. 스타트업이 창업을 하고 어느 시점 정도에서 법무팀이 필요할까요? 또한 법무팀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보통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이를 운영하면서 매출과 수익을 발생시키는게 첫 단계다 보니 기획, 영업, 재무, 인사와 같은 기능들이 세팅된 이후에서야 법무 기능이 도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전에는 인사총무 쪽에서 비전문적이지만 법무 기능을 일부 수행하면서 버티게 되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전통적인 사업이 아니라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새로운 사업모델에 따르는 규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타다, 뮤직카우, 하트노트, 배달앱처럼 규제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사업의 존속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들을 초기 사업모델을 구축할 때부터 면밀히 검토하고 피해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법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투자 규모부터 커서 요즘은 그 성장세가 매우 빠른데,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에 법무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결국 성장한 이후에 리스크들이 실현되면서 넘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계약서 양식을 잘못 쓰는 경우에도 거래 프로세스가 정립되기 전에 거래량이 폭증하게 되면 이걸 바로잡는데만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거죠.
특히, 스타트업은 투자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투자자와의 계약이나 거버넌스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으면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는 해결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법무팀이나 어느 정도 조직화된 기능을 갖추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최소한 창업 초기에 외부 자문을 통해 기본적인 시스템은 갖추어 두고, 어느정도 투자를 받은 단계에서는 반드시 법무 역량을 갖춘 구성원을 최소 1명 정도는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실 때와, 기업의 법무팀에서 일하시는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요?
A. 기업 법무팀도 기업마다 다르지만 법무법인과 기업 내 법무조직의 역할을 비교하자면, 가장 다른 점은 외부인과 내부인의 차이입니다. 법무법인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의 난이도 높은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지만, 사업의 현장을 근접에서 체험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소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접근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법무법인이 검토한 결과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A와 B 두 가지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A가 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의견을 주면 업무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회사에서는 A가 아니라 B를 해야 하는 내부적인 이유가 있고 이를 법무법인에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혹은, A와 B 둘 다 불가능하고 이를 제외한 다른 해결책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법무법인이 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한 검토와 해결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그 결과를 법무법인에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는데요. 기업 내에서는 그 결과가 몇 개월, 몇 년이 지나면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예전에 옳은 방향이 몇 개월 뒤에는 틀린 경우가 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즉, 현장에서 보다 생생한 경험을 통해 사업과 기업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를 타개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직접 겪어보면서 내부 전문가로서의 또 다른 전문성과 경험을 쌓을 수 있죠.
그 외에는 법무법인에서는 최소한 기업 법무팀이나 시니어급 임직원들과 일하게 되지만 기업 내에서는 인턴부터 법이라고는 전혀 접해본 적 없는 시니어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게 되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협업하게 되는 점도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률 의견조차도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려다 보니 쓰는 용어나 커뮤니케이션 톤도 많이 달라졌죠.
2편에서 계속…
스타트업엔 유인춘 기자
스타트업엔(Startu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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