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분기 VC 거래는 둔화됐으나 2021년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
반도체, 제약&바이오테크, 배터리 분야 스타트업 투자 기회 존재
2021년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에서 최악의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의 재봉쇄 조치 또한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내 벤처캐피털 시장 변화를 짚어 본다.
◇투자 규모와 투자금 회수(Exit) 활동은 2021년보다 둔화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사모펀드(Private Equity), 인수합병(M&A)을 아우르는 사적자본시장(Private Capital Market) 전문 리서치 기관 Pitchbook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707억 달러로 2021년의 분기별 투자 규모보다는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1년 이전의 분기별 투자 규모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거래 횟수는 약 4822건으로 분기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자 규모는 감소했는데 거래 횟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거래 당 투자 금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후기 단계(Later-Stage) 거래에서 도드라진다. KPMG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1분기 시드 단계(Angel & Seed)와 초기 단계(Early-Stage)의 거래 당 투자 규모의 중간값은 각각 200만 달러와 1100만 달러로 2021년에 비해 증가한 반면, 같은 시기 후기 단계의 거래 당 투자 규모 중간값은 1400만 달러로 2021년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했다.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Exit) 활동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투자금 회수 활동 중에서도 특히 기업 상장(IPO) 건수가 급감했다. 2022년 1분기 기업 상장(IPO)은 28건에 그쳤는데, 이는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과 투자자가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전통적 투자자 동향
2021년 미국 스타트업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렸던 배경에는 헤지펀드, 국부펀드, 사모펀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 본래 VC투자에 근간을 두지 않는 소위 ‘비전통적 투자자(Nontraditional Investors)’의 역할이 컸다. 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의 78% 이상이 비전통적 투자자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이는 곧 업계 전반에 거래 가격(Deal Prices)을 상승시킨 요소로 작용했다. 이들은 특히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투자해왔다.
2022년 1분기 기준 비전통적 투자자가 참여한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525억 달러로, 2021년 분기별 투자 규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회수에 제동이 걸리자 이들은 주식과 VC 투자 포트폴리오를 저울질하며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비전통적 투자자 중에서도 헤지펀드, 사모펀드 이탈률이 가장 두드러진 반면 기술 흡수, 인재 영입 등 사업 전략적 목표를 두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CVC의 경우 이탈률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미국 내 전체 VC투자(약 707억 달러) 중 비전통적 투자자가 조달한 금액(약 525억 달러)이 약 74%를 차지하는 만큼, 당분간은 비전통적 투자자의 VC투자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약&바이오테크, 배터리 분야 VC 투자는 지속될 듯
2022년 1분기 산업분야 별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를 살펴보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반도체, 제약 및 바이오테크, 배터리 분야는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KPMG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래로 지속되어왔던 공급망 이슈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더욱 악화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자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주요 산업 제품을 자력으로 생산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 산업이며, 향후 몇 분기 동안은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제약 및 바이오테크 분야 스타트업 투자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 및 바이오테크는 디지털 헬스케어부터 신약 개발, 의료장비 지원 소프트웨어까지 투자 분야가 매우 광범위한데, 지난 2년간의 경험으로 의료분야종사자와 사용자 모두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향후 투자자의 관심도 디지털 메커니즘으로 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1분기에 미국에서 이루어진 거래 중 거래액이 가장 컸던 건은 시리즈 A 라운드에 무려 30억 달러를 유치한 바이오테크 기업 Altos Labs였으며, 같은 시기 신약 개발기업인 Eikon Therapeutics도 5억1700만 달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2022년 벤처캐피털 시장은 2021년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공적자본시장 뿐만 아니라 사적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며 후기 단계 메가 딜도 줄어들었으나, 2021년에 조성된 펀드와 1분기에 새롭게 조성된 펀드 등 약 3000억 달러 규모가 벤처캐피털 시장에 투자될 여유분이 있어 한동안 스타트업 투자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반도체, 바이오테크, 배터리 분야 국내 스타트업이라면 미국 내 VC 투자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
물론 미국에서 투자자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Sequoia Capital의 한 전문가는 “기업에게 적합한 투자자를 찾는다는 것은 마치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 결혼이 한 사람만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투자도 기업이나 투자자 한쪽만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투자자를 찾아 계속해서 만나보고,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를 받는 입장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수 없이 많은 ‘No’를 들어도 괜찮다. 결혼 상대를 찾기 까지는 원래 시간이 드는 법이다”라고 언급하며, 기업에 적합한 투자자를 찾기까지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볼 것을 권했다. 또한, 투자자와의 미팅 이전에 기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반대로 기업이 투자자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출처 : Pitchbook, KPMG, CB Insights, Venture Pulse, TechCrunch, Crunchbase, Forbes,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스타트업엔 유인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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