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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7가지 이유

스타트업엔 2020. 12. 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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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민철 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 아시아 대표

보통 '스타트업'이라 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2019년 '이지쿡 아시아(Easy Cook Asia)'라는 아시아 음식 밀키트(Meal Kit) 회사를 창업하였고, 알고 보니 베를린이 초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데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다. 필자의 경험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우리나라 예비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타트업 입지로서 베를린이 가진 매력 7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생각보다 저렴한 물가

일반적으로 서유럽의 물가는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베를린의 생활 물가는 필자가 체감하기에 한국보다 약 20~30% 저렴한 편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베를린의 주택임차료가 많이 상승하였으나 슈퍼마켓, 식당, 의류 등 소위 '생활물가'는 그리 높지 않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2,500유로 정도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스타트업도 전체 직원수가 2~3명에 불과한 초기 스타트업부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직원수가 1만 명에 이르는 대형 스타트업까지 규모 측면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특히,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보려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물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스타트업에 있어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가냐보다는 어떻게 1년을 버텨내느냐가 현실적으로 더 와닿는 질문인데, 창업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회사 설립 및 운영 자금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비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베를린의 물가가 유럽 주요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큰 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자녀 2명 포함 4인 가족으로 독일 정부에서 양육수당(자녀 1인당 월 약 200유로)을 지원받고, 교육비(초등학교 및 유치원) 무료 혜택을 보고 있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2. '자유'의 상징 베를린

베를린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있다. 앞서 언급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속에서 19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방의 다양한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이곳 베를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유'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소위 '베를린스러움'을 만들어냈다. 어디서든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예술가들을 볼 수 있고, 유럽·아시아·아랍·남미 등지에서 온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도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이 어울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한다. 필자가 창업한 이지쿡 아시아도 베를린의 다양한 아시아 커뮤니티와 함께 공동으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3. 현지 인턴 채용을 통한 사업 운영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수익이 발생하기 전이나 혹은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인력을 채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2~3명의 창업자들이 MVP(시제품, 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어 U/X를 테스트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고 비지니스 모델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창업자들이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 베를린 스타트업들은 인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독일은 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학생들만 인턴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학과에서 인턴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쌓는다. 스타트업은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학생들은 스타트업에서 생생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에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인턴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 회사 인턴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마케팅·제품 개발부서에서 근무했고, 일부는 여전히 워킹 스튜던트(Werkstudent)로 약 시급 10~15유로를 받으며 주 20시간을 함께 일하고 있다.

4. 독일 정부의 지원

베를린이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하는 데 있어 독일 정부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 시정부, 독일 연방정부, 크게는 EU 단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필자는 사업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Startup Incubator Berlin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하고 법인 설립 등 기초 컨설팅과 기업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코칭을 무료로 지원받았다.

이후 베를린 스타트업 장학금에 지원해 ESF(European Social Fund)에서 1년간 창업자 1인당 월 2천 유로(공동창업자 포함 월 6천 유로, 1년간 7만2천 유로)를 지원받았다. 그 외 IBB(베를린 투자은행), Berlin Partners(베를린 경제진흥청), IHK Berlin(베를린 상공회의소) 등 공공기관에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 간편한 UG(Unternehmergesellschaft) 회사 설립

독일에서 보통 '법인'을 설립한다고 하면 자본금 2만5천EUR를 납입하고 설립하는 유한회사(GmbH)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자본금이 1유로만 있어도 미니 유한회사(UG)를 세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GmbH와 UG는 자본금 규정만 다를 뿐 나머지 사항은 거의 동일한 법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대게 처음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UG로 회사를 설립한다. 이후 이익금을 쌓아 2만 유로가 되거나 별도로 투자를 유치하면 GmbH로 변경한다. 공증사무실에서 회사 정관, 법인장 임명, 창업자 계약서 등을 공증받고 은행계좌를 개설하면 사업자 등록증을 받는 데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우리 회사도 처음에는 UG로 설립한 후 추가로 자본금을 납입해 GmbH로 변경하였다. 또한 별도로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법인을 설립하였으며, 공증비용은 1천 유로 내외로 지불하였다.

6. 발달한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을 하려면 3가지가 필요한데 바로 사람, 아이디어, 그리고 자금이다. 베를린의 다양한 인큐베이터, 코워킹 스페이스 및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이 3가지를 잘 섞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Berlin Startup Incubator처럼 공공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터부터 대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인큐베이터가 많다.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com, 통신), 지멘스(Siemens, 전기전자), 바이엘(Bayer, 제약·바이오), 에데카(EDEKA, 식품 유통) 등 분야별로 독자적으로도 인큐베이터를 운영한다. Wework, MindSpace, Factory Berlin 등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매일 저녁 이벤트를 열어 사람과 아이디어 그리고 자금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유도한다.

투자 또한 엔젤투자가, Pre-Seed, Seed, Series A 등 단계별, 분야별로 투자자들이 세분화되어 있다. 필자는 Berliner Startup Incubator에서 초기 아이디어를 키우고, Factory Berlin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했으며, EDEKA의 푸드테크 캠퍼스의 지원을 받고 Pre-Seed 투자를 준비 중이다.

7. 베를린을 통해 세계로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베를린 혹은 독일 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베를린을 테스트 베드 삼아 글로벌 시장에 바로 도전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 상공회의소 IHK Berlin은 미국의 대도시(뉴욕, 샌프란시스코)와 STEP USA라는 프로그램으로 베를린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다. 필자도 베를린을 통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로 진출하려고 한다.

사실 베를린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대부분 특별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 했거나,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창업자들은 본인들이 최고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실제로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에는 최고의 인력들과 크리에이티브한 스타트업들이 많다. 더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도전했으면 좋겠고, 베를린이 그 교두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이민철 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 아시아 대표 / 자료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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