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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트렌드

스타트업엔 2023. 7. 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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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맹현철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Bangalore 교수
인도 국기

인간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를 두고 호모 루덴스라는 표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인간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만, 노는 방식은 사회적·문화적·지역적·경제적 요인에 의해서 조금씩 다르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놀이를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반영이 된다. 인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몇 가지 중요 특징을 정리해 봤다.

 

◇ 산업 개요 – 코로나 이후 회복 중인 산업. 전통미디어의 약세와 온라인 미디어의 부상

 

EY에서 2022년에 출판한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산업의 규모는 약 1조8890억 루피이다. 2019년 산업 규모는 1조8220억 루피였으나 코로나의 여파로 이듬해 약 24% 시장 규모가 감소하였고 이후 매년 15%가 넘는 비율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미디어는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 시장의 규모는 코로나의 여파로 줄어든 이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하였으나 여전히 인도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텔레비전과 함께 대표적인 전통 미디어인 라디오와 출판미디어 역시 코로나의 영향에서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하였다. 2020년 수차례 봉쇄 조치를 겪으면서 체험형 엔터테인먼트인 영화 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으며, 아직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하였다.

 

반면, 코로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미디어, 온라인게임, 음악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회복세가 드러난 2022년을 비교하면, 디지털미디어는 74%, 온라인게임은 85%, 음악은 40%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음악 시장은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등 온라인 음악 플랫폼을 중심으로 청취자를 늘려가고 있다.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 (단위: 10억 루피, %)   [자료: EY, 2022년 기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하위 산업의 성장을 분석할 때 눈에 띄는 것은 텔레비전 시장의 감소이다. 직관적으로 생각을 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야외 활동이 어려워짐에 따라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더 늘어 나야 하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와 온라인 게임 성장의 일부분이 텔레비전 시장 축소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으로 대표되는 하이엔드 OTT 시장과 모바일게임 시장이 텔레비전 산업을 어느 정도 약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는 특히 전통적인 미디어 소비자들 중 상당 비율이 하이엔드 시장으로 건너간 결과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감상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생겼고 때마침 인도에서 성장을 하고 있던 국내외 OTT 플랫폼이 양질의 콘텐츠로 해당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텔레비전 시청자들이 OTT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 기간 중에 스마트폰 이용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이를 이용하는 여가 문화가 크게 성장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미디어 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급 부족과 비즈니스 기회

 

엔터테인먼트를 시각형, 청각형, 활자형, 체험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인도에서 체험형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영화이다. 영화를 시각형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극장을 가는 행동부터 극장의 부대시설인 놀이를 경험하는 것 등 관련된 여러 행동을 포괄해서 영화를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하기도 한다. 볼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의 영화산업은 규모 측면에서 이미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 2022년에 인도에서 9억8100만 장의 영화 티켓이 판매되었다. 이는 전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이 뒤를 7억900만 장을 기록한 중국과 6억9900만 장을 기록한 미국이 인도를 뒤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시장을 가진 인도이지만 영화 관련 기반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영화 이외에 체험형 엔터테인먼트가 덜 발달한 인도에서는 영화 관련 기반시설 부족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급 부족과 같은 말이다. 스태티스타(Statista)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5년 인도 100만 명당 스크린 숫자는 12개이며, 미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숫자이다. 비슷한 규모의 국가와 비교해도 인도의 영화 스크린의 숫자는 적다. 인도 언론에서도 인도 대비 스크린 숫자가 적을 것을 지적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럼 2015년 이후로는 스크린 숫자가 늘어났을까? 인도 전체 스크린 숫자는 2016년 9481개, 2019년 9601개로 증가하였으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2022년 9400개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 현재 해당 숫자는 2015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따라서 인도 10만 명 당 스크린 숫자 역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극장의 규모 역시 작은 편이다. 한국의 극장이 멀티플렉스 위주인 것과 달리 인도는 단일 스크린 극장의 비율이 높다. 극장의 규모가 작으면 영화와 연계한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설비 역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인도 대도시의 경우 극장은 대부분 쇼핑몰 최상층에 위치한다. 영화와 묶어서 다른 체험형 놀이를 즐기는 수요를 채워줄 수 있다. 하지만 쇼핑몰 극장 주변의 놀이시설 역시 선진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대표 극장 기업인 PVR은 대형 멀티플렉스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 시장의 양극화와 양쪽의 기회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시장의 양극화이다. 여러 노동경제학자들은 인도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몇 가지 논문의 공통된 주제는 저소득 계층이 코로나의 피해를 더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2022년 인도 경제는 평균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완벽하게 회복해 주요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회복은 느리지만 평균적으로는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이야기하자면, '경제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소득 및 재산 격차로 악명이 높던 인도이기에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에 더 큰 우려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소득 격차는 소비 불균형을 야기한다.

 

소비 양극화는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도에서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OTT를 중심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OTT 시장은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프미리엄 OTT 시장과 통신사 혹은 케이블 TV 사업자가 번들로 제공하는 저가 OTT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프리미엄 OTT 시장은 양질의 콘텐츠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2군 또는 3군 지역을 중심으로 광고형 무료 OTT와 묶음 상품형 저가 OTT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윤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과 이윤은 낮지만 규모가 큰 저가 시장 모두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다만 두 시장을 다르게 겨냥할 제품 전략이 중요하다.

 

◇ 인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고질적인 문제: 낮은 유료전환비율

 

인도 디지털 미디어와 온라인게임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전체 이용자 중에서 유료 이용자의 비율이 낮으며, 이 결과로 이용자 1인당 평균 수익도 낮다.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최근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인 모바일 게임 산업의 경우 1인당 연평균 수익(ARPU)은 2019년 1.81달러, 2020년 1.64달러, 2021년 1.79달러 수준이다. 해당 수치는 2019년부터 2025년 기간 동안 1.64달러에서 2달러 범위의 박스 안에 갇혀 있다. 한편 게임 이용자는 2019년 1억1550만 명에서 2020년 1억5440만 명, 2021년 1억7490만 명으로 매년 10% 이상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참고로 아시아 평균은 112.8달러에서 164.6달러로 인도의 70배에 가까운 값이다. 인도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는 온라인 도박게임 이외에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낮은 1인당 평균 수익은 모바일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 스트리밍 산업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에 사용자를 많이 확보한 모바일 앱 기업들도, 낮은 유료 전환비율과 1인당 평균 이용금액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 남인도의 부상과 지역언어 콘텐츠의 증가

 

텔레비전, OTT, 영화산업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지역언어 콘텐츠 비중의 증가이다. 영화 산업의 경우 볼리우드 영화라 불리는 힌디어 영화가 오랜 기간 인도를 대표해왔다. 경쾌한 음악과 군무, 지나치지만 재미있는 과장 등으로 대표되는 힌디어 영화 중에는 세 얼간이 등과 같이 전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인도 영화 시장은 코로나19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다. 박스 오피스 매출액 기준으로 2019년에 힌디어 영화는 520억 루피, 헐리우드 영화는 150억 루피, 남인도 영화는 400억 루피 실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2020년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239억으로 전년의 2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80%가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의 영화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이하게도, 힌디어 영화의 회복세는 매우 둔화된 반면 카나다, 타밀, 텔루구 등 남인도 언어 영화 시장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점이다. 2019년 힌디어 영화 매출은 전체 45.6%를 기록하였으나 2020년에는 38.9%, 2021년에는 25.5%, 2022에는 33.0%를 기록 중이다. 이런 추세는 TV 콘텐츠와 OTT 콘텐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TV의 경우 남인도 언어를 포함한 지역 언어 콘텐츠의 비율이 2020년 55%에서 2025년 60%로 추정이 되며, OTT 역시 2020년 30%에서 2025년 50%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지역언어, 특히 남인도 언어 콘텐츠 비율의 증가는 인도의 남북 격차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케랄라, 타밀나두, 텔랑가나, 안드라프라데시, 카르타나카가 포함된 남인도는 경제·교육·보건 등 여러 지표에서 북쪽을 앞서고 있다. 인구가 더 많은 북인도가 정치 권력을 지나치게 많이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은 정치 논리를 앞세워 북인도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중앙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 발달한 남인도는 이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인도의 북인도에 대한 반감은 언어를 두고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지역언어 콘텐츠 이용의 증가를 가져온다. 또한 경제 논리로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남인도 콘텐츠 시장에 투자가 더 많이 쏠리게 된다. 그 결과 남인도 블록버스터가 제작되고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비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남인도 언어의 비중이 더 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텔레비전, 영화, 프린트 미디어 등 과거 주요 매체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평균적인 성장 안에서 소비 양극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급 부족,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낮은 유료 고객비율 및 지출액, 남인도 언어 콘텐츠 비율 증가 등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는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변화 속도 측면에서 빠르게 변하는 인도를 대표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기반 시설의 확충이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다. 현대 인도를 이해하려면 빠르게 변하는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도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글 : 맹현철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Bangalore 교수 / 자료=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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