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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는 변호사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스타트업엔 2023. 2.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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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 변호사들  

 

세상이 엄청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호사 시장 또한 과학기술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과 접목되고 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판결문 검색 시스템, 기업용 법무관리 시스템, 법무 플랫폼, 법무 시스템과 계약관리가 연동된 워크플로우 등 거스를 수 없는 정도를 넘어, 법조인들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세돌이 2016. 3. 알파고와 한 바둑대결을 보았을 때는 정말 법률시장이 AI(Artifical Intelligence)에 의해서 잠식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동료 변호사들과 우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나누었다. 하지만 지금은 AI로 일자리에 위협을 받으면 어떡할지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대체 안될 텐데 쓸데없는 논의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와 비슷한 결과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1년 1월에 행한 조사에서도 나왔다. 변호사와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10년 뒤 법률시장에 대한 변화를 내용으로 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위 조사 대상들은 AI를 활용하여 업무의 효율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았으나 그로 인하여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변호사들과 로스쿨 학생들이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AI에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영역에서 다수의 직감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딱 보고, 딱 아는’ 인간의 직감 능력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으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변호사를 대체할까?

 

현재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도 AI가 변호사를 대체하지 않을 것으로 감히 예측한다. 물론 필자는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늘 현재에만 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존재이기에 단 한순간도 미래에 살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미래와 현재는 연속선상에 있기에 이미 ‘현재에 도래해 있는 미래’를 통해 미래를 체감해 볼 뿐이다. 

 

현재가 품고 있는 미래성을 보면 AI가 변호사를 대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AI가 서초동에 유의미하게 등장한 시기와 그 후의 법률시장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AI가 서초동에 등장한 시기는 2018년, 2019년 즈음으로 보인다. 2018년 AI 변호사(유렉스)가 대형 로펌에 취직하고, 2019년 8월 서초동에서 알파로와 경진대회에서도 AI가 변호사를 이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AI로 인하여 변호사의 일자리가 위협된다는 명제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약 2018년을 기준으로 변호사 채용이 줄고, 승진이 어려우며, 급여가 낮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사내 변호사회에 가입한 사내 변호사 수가 2018년 1960명에서 2021년에는 2291명으로 증가한 점, 네이버, 쿠팡, 두나무, 배민 등의 법조인의 CEO 및 경영진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점, 더 나아가 대한변호사회 취업 정보 센터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기준으로 현재 신입 변호사의 초봉이 2017년 보다 100만 원 내지 300만 원을 상회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해 보면, 코로나나 변호사 수 증가 등 다른 변수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변호사들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AI가 변호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까운 미래에 AI가 변호사의 일자리에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AI가 변호사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AI로 인하여 변호사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지 아니한다고 변호사 시장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결국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가는 존재이고, 특히 생산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AI가 지닌 힘을 간과하기보다는 공존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AI가 그 어느 변호사보다도 명백하게 잘하는 영역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분류할 수 있고, 독해·분석 능력 또한 압도적이다. 법조인들이 계약심사, 독소조항 발견, 간단한 법률 서식 작성, 유사한 판결문 검색 등의 반복적인 업무만을 한다면 AI에게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AI와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변호사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글은 ‘AI가 변호사를 대체할까’라는 질문에 답해보았다. 그 답변은 ‘AI가 가져온 변화는 있지만,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보면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내렸다. 그렇다면 다음 스텝의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AI와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변호사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변호사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일지의 지표가 될 것이다. 

글= 이보람 변호사

“본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글의 내용은 스타트업엔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제공=법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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