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스타트업이 바라본 '제주항공'의 사고 대처와 교훈

스타트업엔 2023. 1. 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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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틀은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법무관리 솔루션을 서비스하고 있는 리걸 스타트업이다. 법틀은 매년 12월 마지막 주에 회사 전체가 셧 다운 하기에 필자 역시 작년 말 12월 23일을 마지막 근무 일로 24일부터 1월 1일까지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 휴가를 떠났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필수 대응 인력에 대한 조치는 되어있고, 긴급 장애 처리 프로세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목적지는 보홀이라는 아름다운 수중환경이 있는 곳으로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풍부한 해양 액티비티로 유명한 곳이지만 도착한 첫날부터 당시 전 세계에 닥친 이상기후인 북극한파의 남하로 돌풍 주의보가 내려 도착 후 27일까지인 4일간 필자를 포함한 그곳에 휴가 온 모든 사람들을 실의에 빠뜨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8일부터 맑은 날이 찾아왔고 맑은 바다에 빠져 고래상어, 바다거북이, 니모와 헤엄치며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balicasag-island (사진=필리핀 관광부 홈페이지)

그렇게 8일간의 휴가를 행복하게 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휴가 초반의 이상기후 보다 더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고, 글재주가 없는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보홀과 한국을 직항 편은 당시 LCC 국적기인 제주항공과 필리핀 LCC의 로열에어 2개 항공사가 유일했다. 출발은 07시 15분이고 귀국은 12시 30분에 출발하는 제주항공이 시간대가 좋아서  선택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냈었다. 

 

사건은 1월 1일 2023년 새해 첫날 한국으로의 귀국일에 발생했다. 필자가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제주항공 연결 편은 다행히 보홀에 도착하고, 항공기를 정비하는 동안 갑자기 방송으로 필리핀 마닐라 공항의 관제탑에 문제가 발생하여 필리핀 상공의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중지되었다고 안내가 나오는 것이었다. 

 

필자는 우선 최악의 상황인 1월 1일 귀국을 못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회사 업무에 대한 처리를 생각하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후 현재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제주항공의 시간별 대응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말하고자 한다.

12시 30분 보홀 발 인천행 항공기는 탑승시간이 12시로 예정되어 있던 7C4408 편이다.

[12:00] 이미 게이트 앞에는 지연 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내용은  탑승시간은 미정이며 이유는 “필리핀 관제 통신 이상이고, 새로운 출발시간 역시 미정으로 적혀 있다.

제주항공 지연 안내판 (사진=전우현)

살펴보니 보홀 공항에는 제주항공의 한국인 직원 한 명과 4~5명의 필리핀 현지인 직원이 있었으며, 정신없이 전화를 하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사건의 발생은 현지 시간 약 11시 40분이었고, (오차가 있을 수 있음) 처음 방송이 나오고 1시 정도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한국 직원은 계속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며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현지 직원은 한국인 직원의 지시를 기다리는 듯 가만히 있었다. 

 

[12:40] 게이트 앞에서 함께 대기 중이던 제주항공 기장을 비롯한 크루들에게 한국인 직원이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조용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때같이 나갔어야 했다. 이 시각 이미 한국 포털에는 국토부 관계자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2일 10시까지 시스템이 복구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기사에 났다.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였는데 기사를 믿었어야 했다.

 

[13:30] 보홀 공항은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한 뒤 어떤 작은 상점도 없다. 의자와 화장실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직원들이 음수기를 가져와서 설치하기 시작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음수기를 설치한다면 앞으로는 무조건 도망칠 것이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을 제공하는 것이며, 장기화될 것을 의미한다.

virgin-island (사진=필리핀 관광부 홈페이지)

[14:30] 사건 발생 3시간가량이 지나고 오후 2시가 넘자 공항에 대기 중인 승객들이 식사 제공 여부에 대해 한국인 직원에게 묻기 시작했다. 자 여기서 한국인 직원이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공사 측에서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으려니 생각할 것이다. 물론 항공사 측에서 꼭 식사를 제공했어야 할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제주항공의 대처가 내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마닐라 공항의 관제탑 문제가 발생하고 첫 이륙 지연이 발생하고 1시간 30분 후 승객들이 식사에 대해 문의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제주항공과 현장 직원의 첫 번째 실수가 발생했다. 승객들이 조금씩 기다림에 지쳐가며 일부 영유아와 함께한 분들부터 탑승동에 음식과 관련된 어떤 것도 판매하지 않는 보홀 공항의 특성상 음식과 음료를 구할 수 없어 제주항공 직원에게 식음료 제공에 대해 문의하기 시작했고, 승객들의 문의에 제주항공의 현지 담당자는 “현재의 문제는 항공사 측의 잘못이 아니므로, 항공사 측에서 식사 및 음료를 제공 할 수 없다. 다만 원하시는 분들에 한 해 대신 외부에서 구매해서 전달해 드리겠다. 하지만 달러가 아닌 필리핀 페소로만 구매가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전했다. 

 

현지 담당자는 본사의 가이드를 준대로 전달을 한 것일 텐데, 이게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현지 담당자의 답변 또한 전체 방송이 아닌 개별로 문의한 사람들로부터 전체 승객에게 전파되었다. 귀국행이라 승객들은 페소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기저기 페소를 구하는 사람들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메뉴도 각각 받다가 빠른 구매를 위해 특정 메뉴(필리핀 대표 졸리비의 치킨+밥 세트)로 통일되었다. 메뉴를 한정한 것은 그렇다 치자,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 중 분명 현지 화폐가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을 텐데 정말 제주항공의 결정은 아무런 고민 없이 본인들이 편하기 위한 결정을 깔끔하게 내린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대안도 없었다.

 

잠깐 얘기를 돌려서 작년 2022년도 하반기 법틀 법무관리솔루션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다. 업데이트 이후 고객들의 업데이트에 대한 문의와 업데이트 기능의 안정화로 평소보다 많은 서포트가 접수되었다. 이때 서포트 담당자들에게 강조한 것이 바로 스피드와 응대 방식이었다. 고객의 서포트 요청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하는 스피드 (스피드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응대 방식이다. 법틀 내부적으로 서포트가 접수되었을 때 기본 대응 방식은 접수를 받고 경중을 파악하여 2~4시간 내에 해결되는 일과 서포트 접수일에 처리가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여, 전자는 빠른 처리 후 안내 메일을 바로 회신하고 (필요시 안내 전화 제공) 후자는 처리를 기다리는 고객의 불편함을 생각하여 최대한 빨리 조치 예정일을 안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이러한 고객 응대 방식도 서포트 요청 후 기다리고 있는 고객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세분화하여 안내하고자 응대 매뉴얼과 응대 방식을 수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필자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고객을 대하는 부분의 아쉬운 점을 여기에 기술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 

 

[15:00] 갑자기 담요를 나누어준다. 기억하라! 음수기를 설치하고 밥 주문을 받고 담요를 준다면 이 사태는 결코 단시간 내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물며 관제 시스템 이상이다. 재가동된다해도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15:40] 점심 도착. 제주항공뿐 아니라 보홀 내 필리핀 국내선 역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던 관계로 주문이 폭주하여 대표 패스트푸드인 졸리비는 슬로우푸드로 변신해 있었다. 처음 졸리비 주문을 받을 때도 일부 사람들은 페소가 없거나 금방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주문을 안한 분도 있었다. 힘겹게 도착한 졸리비를 무릎 위에 놓고 고픈 배를 달래기 시작했다. 닭 한 조각과 흰쌀밥 한 덩이 한국에서의 식사로는 상상조차 못할 구성이지만 일단 먹었다. 

점심 식사로 제공된 졸라비 (사진=졸라비 공식 홈페이지)

[16:00] 일부 승객은 한국인 직원에게 진행 상황을 개별로 묻고, 아주 열심히 설명은 하나 역시나 방송은 없다. 자기들도 연락을 취하고 있고 대기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구석 쪽에 3대로 보이는 대가족이 결국 영아가 버티지 못해서인지 귀국 편을 바꾸고 나갔다. 저분들을 따라 나갈까 잠시 고민했었기에, 제주항공 직원에게 물었다. “변경 수수료만 내면 내일 날짜로 변경해 드리겠다”라고 한다. 수수료까지 다 받아 가시겠단다. 정말 그들은 이 서비스가 100%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래 변경 수수료 내고서라도 나가자 싶어 문의했더니 현재 연결 편이 보홀에 있는 1월 1일 항공편은 고객님의 좌석이 확보되어 있지만 내일인 2일 귀국편에는 좌석이 없을 수도 있고, 그리되면 내일 비행기에 탑승이 불가할 수도 있단다. 어쩌라는 것인가! 내일 귀국 편 잔여좌석이라도 그럼 알려주던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그들은 제공하는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1일 연장하여 있으려던 승객들이 또 포기하고 기다림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말한다 지점장님과 통화 중인데 1시간 이내 결정을 지어주겠다고. 잘 기억하라. 그들이 결정지어 주겠다 약속한 시간은 17시여야 한다. 

 

[17:00] 결정이 났을 것이라 기대한 승객들은 바보였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18시에는 결정해서 방송으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혼자 애쓰며 같은 말을 수십 번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였기에 이미 15시부터 결정된 사항이 있든 없든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현 상황을 알려주기 바란다고 일부 승객의 이야기가 귀동냥으로 전파되며 정보가 왜곡되기도 하였기에 간곡히 부탁해 봤으나 난 소 귀에 경을 읽었다. 

 

[18:00] 약속의 시간 저녁 6시. 일부 승객은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1차 졸리비 주문에 빠졌던 승객 중 추가 주문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도 있었고 흡연자는 금단 현상으로 탈출을 허락해 달라며 요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항의가 거칠어질때면 한국 직원은 승객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내용도 새로운 건 없었다. 우린 그냥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을까? 이미 보홀의 해는 어둑 어둑 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지쳐가기 시작했다. 

 

[19:00] 변화가 있었다. 7시간 동안 부분 전달만 하던 승객들에게 카카오톡 오픈방을 오픈했고 거기에 전달사항을 공지하겠단다. 하지만 그 방은 그저 오픈만 된 방이다. 어떤 내용도 제주항공의 안내는 없었다. 그리고 말한다. 8시까지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지 비행기가 출발할 수 있게끔 허가는 받았고, 만약 새벽 1,2시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라도 출발하겠단다. 응? 그때까지 결국 대기 시키겠다는 말을 희망고문 속에 묻어둔 것인가! 오픈방에선 숙소를 구하기 위한 조용한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20:00] 시간이 마치 17시로 타임슬립 된듯하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었고 제주항공의 잘못이 아니기에 어떤 것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차라리 결항을 시켜라고 하지만 결항을 시키면 항공사의 귀책사유로 돈이 많이 드니 절대 그것은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익일 출발한 항공기도 결국 지연 출발이라 했으니…… 일부 승객이 항의를 거칠게 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혹시 몰라 숙소를 홀딩 했는데 호텔이 홀딩을 8시에 마감하여 홀딩 한 숙소가 캔슬되었다고 한다.

 

제주항공은 자비로 숙소를 구한 승객을 노숙자로 만드는 엄청난 능력을 보였다. 나 또한 돈을 날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환불 불가인 방을 잡았다. 비행기는 2일 오전 8시 출발 예정이라는 말을 한다. 방 잡은 게 다행이다 싶은 것도 잠시 갑자기 제주항공 직원이 나가려던 사람들을 불러 세운다. 15분 내로 출발 확정을 이야기해주겠단다. 안날 화도 돋우는 제주항공의 서비스다. 제주항공의 15분은 2시간이라는 것을 난 나중에 알게 되었다.

 

[20:30] 15분이 지났으니 답을 달라는 승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직원은 승객이 갈수 없는 제한구역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동안 흡연을 외치던 분들이 여권을 들고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일부 승객이 말하기로 모든 캐리어가 이미 밖으로 나와서 수속 데스크 앞에 쌓여 있다고.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 제주항공은 이미 비행기를 띄울 생각이 없던 것이라 생각한다. 

 

[21:00] 기장과 크루가 빠져나간 지 9시간 만에 승객들에게 결항 결정을 안내하고, 공항에서 노숙을 하거나 직접 방을 구해 쉬고 내일 아침 6시부터 공항에서 수속을 다시 밟고 대기하며 이륙 허가를 최대한 빨리 받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마치 일을 해결했다는 것 마냥 자랑스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그날 제주항공의 일 처리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날 마지막 안내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주항공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10시간 가까이 공항에 붙잡아둔 승객들에게 노숙을 하거나, 알아서 방을 잡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대기하라니? 너무도 무책임한 안내에 혼자 고생하던 제주항공 현지 한국인 직원에게 마저 그저 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만 질질 끈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느껴졌다. 환전소가 문 닫은 시간이라 나가고 싶어도 페소가 없어 못 나간 승객도 있었다. 

 

[23:00] 이미그레이션 통과에 90분이 소요되었다. 직원들이 퇴근했단다. 결항을 대비한 그 어떤 플랜 B 협업도 준비된 것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쟁 같던 12시간이 끝나고 내일 과연 비행기는 8시 정시에 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잠들었다. 승객들 중 일부는 공항에서 쪽잠을 주무셨을 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분들에게는 무상으로 졸리비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사건 발생 후 30분~1시간 후 빠르게 자리를 옮긴 제주항공의 기장, 부기장 그리고 크루들은 어디로 갔을까?’이다. 제주항공이 직원들을 아끼는 뜨거운 마음으로 기장을 비롯한 크루들을 호텔로 복귀 시켰다면? 왜 승객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방치했을까? 일정 시간이 더 지난 후 알게 되었지만 보홀에서 가까운 세부의 항공편은 결항 결정하여 승객들도 다 돌려보냈다고 한국 매체 및 인천공항 출항 정보를 통해 승객들이 직접 찾아내기도 했다. 

 

[1월 2일 06:00] 새벽부터 출발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오픈 채팅방에 빗발친다. 일찍 공항에 간 사람들은 문이 닫혀 있다고 출발 전인 분들께 늦게 나오라는 톡을 남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홀의 제주항공 현지 직원은 항공기가 뜰 수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출발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공항으로 오라고 한다. 승객들에게 15분 후 30분 후 확인해 주겠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07:20] 제주항공 직원이 항공기 8시 출발이라고 알려왔다. 그래 오전 중에 출발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8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탑승 전이다. 솔직히 그 자리에 있는 한국인 승객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은 게 다행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07:50] 탑승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환호성과 손뼉을 쳤다. 이게 그럴 일인가 하면서도 필자도 기뻤다. 드디어 한국으로 간다. 물론 8시가 아닌 8시가 한참 지난 후…..

보홀 섬 풍경 (사진=전우현)

나라면 어땠을까? 우선 제주항공 담당자와 같은 결정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현지 직원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제주항공은 약간의 비용과 립 서비스로 위기를 기회로 살려 180명+@의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기회를 180명 +@의 고객 이탈을 가져왔을 뿐이다.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제주항공이 어떤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까? 우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의사 결정과 정보 공유 그리고 대처이다. 일단 제주항공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보홀 제주 항공편을 기타 다른 필리핀발 항공편에 비해 늦게 결항 결정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지 직원은 10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은 딱 2번 했다.

제주항공은 의사 결정권자들의 느린 판단과 현지 직원의 현명하지 못한 대응으로 승객 180명이 다시는 제주항공을 타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끌어 냈으며, 180명의 승객들은 그 주변인들에게 제주항공의 대처를 실시간으로 톡을 통해 욕하는 상황이 지속되었기에 최소 승객 1명당 10명 이상에게 제주항공의 미흡한 대처와 승객에게 식사 및 숙박 등 모든 비용을 전가하는 깔끔한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게 하여, 최소 1980명 이상의 안티를 양산했으며, 어떻게든 상황처리에 비용이 들었을 제주항공이기에 결국 제주항공은 자비를 들여 1980여명의 안티 고객을 만든 셈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었다면 스스로 문을 닫기 위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주 현명하지 않은 결정이 아닐 수 없는, 큰 회사라도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스피드와 빠른 피드백이 생명인 스타트업은 절대로 제주항공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자영업자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회사와 담당자가 절대로 해선 안될 행동을 몸소 알려주고 교훈을 준 제주항공 담당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글/사진=전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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