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협상의 실패와 자기경영의 관계'

스타트업엔 2021. 8. 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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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는 어떻게 세계 최대 은행이 되었나 

 

협상의 종류는 다양하다.

 

부모와 어린아이 사이에서의 협상, 친구 사이에서의 협상,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서의 협상 등 어느 한 가지 특정 분야에 국한될 필요가 없는 것이 협상이다. 상충되는 가치를 지닌 사람 혹은 기관이 서로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 때문에, 협상의 이론적 사실은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기업, 나아가 국가에서의 협상이다.

 

경제 순위 기준 세계 10위에 오른 한국(2018년 GDP 기준)에서 2021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시와 명령보다 현장을 우선시하는 스위스의 조직문화와 시민권, 상당히 앞서 나가는 진취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노동시간의 축소, 기업에서의 평균 근무시간 감소 및 휴가기간의 증가, 세금 인하와 같은 민감한 부분들에 대한 논의도 대다수 시민들의 반발과 거부로 채택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업, 혹은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협상보다는 지시할 수 있는 권한과 주입식 교육의 특징에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스위스라는 국가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상당히 진보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로렉스, 네슬레, 연방은행 등 세계에서 가장 섬세한, 가장 부드러운, 가장 신뢰할 만한 기업이 스위스에 포진되어 있다. 특히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6만 4,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스위스 연방은행(UBS)은 2005년 총자산 기준 1조 5,3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1,000대 은행 중 1위에 기록되며 세계 최대의 개인자산관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은행이 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단계를 거쳤기에, 혹은 그런 기회나 조직 문화, 리더를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세계은행뿐만이 아니다. 지난 16년 동안 국가 인구 13억 명에 달하는 중국에 21개의 공장을 설립한 네슬레 nestle는 11억 6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사는 인도에 네슬레 브랜드 29개를 진출시킴으로써 사업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86개국 278,000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는 네슬레는 다국적 기업으로 손색이 없으며, 경영구조의 악화 또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요소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다음 세대에까지 이르기에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식품산업에서 시작하여 영양 과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용 영양식품 산업에까지 발을 내딛는 네슬레는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관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연매출액이 540억 달러로 스위스 전체 국가예산과 비슷하며, 미국과 영국 등 세계 30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국내총생산(GDP) 보다 높은 규모의 기업가치를 가진 다목적 글로벌 기업 다우케미컬 The dow chemical company이 소국가인 스위스에서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했겠지만 탁월한 인프라, 온전히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해 존재하는 법률 제도, 겸손하고 세련된 시민 의식이 공존하며, 유럽의 중앙에 존재하고 있는 스위스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취리히에 위치한 세계 최고 기업 구글 google의 엔지니어링 센터는 스위스의 건축가 카멘친트 에볼루션 Camenzind Evolution이 설계했는데, 인간이 최고 수준의 창조성과 혁신을 불러일으키는데 최적화된 건물이라고 일컬어진다. 미국의 GEgeneral Electric, 독일의 지멘스 Siemens와 더불어 세계 3대 엔지니어 그룹으로 불리는 ABB기업 역시 스위스 기업이다. 

스위스가 세계 최고의 국가는 아니다. 식품 가공이나 금융업 분야,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IT기업과 다목적 글로벌 기업인 이베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지멘스와 같은 기업이 유럽, 그중에서도 소규모 국가에 불과한 스위스에 본사와 연구센터를 건립하는 이유는 상당히 뛰어난 인적자원(다양한 측면에서)을 쉽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중국이나 인도처럼 넓은 땅, 다양하고 많은 인종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기업의 러브콜을 받기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협상의 붕괴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높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소위 말하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것, 나를 높이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면 누구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나기도 한다. 소국가인 스위스가 수준 높은 법률제도와 윤리에 어긋난 사회적 제도에 반기를 드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시민들로 인해 훌륭한 인적자원을 쉽게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형성한 것처럼, 기초 지식과 더불어 겸손에 기인한 마인드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 기술력을 수용할 수 있다면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문제들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언젠가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박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박사 학위를 따서 고향을 향해 가는 박사의 마음은 몹시 부풀어 있었고, 박사가 타고 있는 배를 운전하는 뱃사공은 그런 박사의 부푼 마음은 모르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한참 노를 저어 강을 건너던 중, 박사가 노를 젓는 뱃사공에게 물었다. 

 

"어르신, 문학을 아십니까?"
"문학이요? 그게 뭡니까? 문지방은 알아도 문학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봅니다."

 

기가 찬 박사가 뱃사공에게 이야기했다.

 

"허허, 참! 문학을 모르신다고요? 어르신 인생의 4분의 1이 죽은 셈입니다."

 

뱃사공은 속이 쓰렸지만, 많이 배운 박사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아무 소리 못하고 조용히 노만 저었다. 한참 노를 젓던 박사가 다시 뱃사공에게 물었다. 

 

"어르신, 천문학을 아십니까?"
"천문학이요? 하늘에 별이 떠 있고 달이 떠 있는 건 알지만, 천문학은 뭔지 모르겠는데요. 그게 뭐 하는 겁니까?"
"아, 어르신! 아니 천문학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시는지요. 어른의 인생 4분의 2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 원 참! 그럼, 혹시 정치학은 뭔지 아십니까?"
"정치학이요? 정치는 양반들이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치학이라는 것도 있습니까?" 
"아니, 평생을 강 위에서 살아오신 분이 정치학을 모르고 어떻게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박사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듣던 뱃사공도 속이 무척 상했지만 이렇다 대꾸할 말이 없어서 묵묵히 노를 젓다가 그만 바위에 부딪히고 말았다. 부딪힌 자리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새어 들어왔는데, 배가 점점 강 밑으로 점점 가라앉게 되었다. 놀란 뱃사공은 얼른 강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헤엄쳐 나왔지만 박사는 가라앉는 배 위에서 짐보따리를 들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런 박사를 바라보던 뱃사공이 외쳤다.

 

"박사 양반, 수영을 할 줄 압니까?"
"아니요! 수영은 할 줄 모릅니다."
"그것 참 안타깝습니다. 박사님 인생의 4분의 4가 가라앉게 되었네요."

 

흥미로운 이야기다.

◇작은 사회를 이루기까지

 

스위스에서 교사는 굉장히 존경받는 직업이며, 수준 높은 윤리의식을 가진 존재로 인식된다. 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의 경계선이 거의 없는 스위스는 노동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갈등 없는 산업구조를 구축한다.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유명한 스위스지만,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 본부가 스위스 취리히에 안착하면서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국제적인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스위스의 특징이다. 

 

작은 국가, 작은 사회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단순한 진리인지도 모른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윤리와 도덕을 중요시하며,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하기 위한 노력.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스위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에도 중요한 1%가 빠진 수많은 시민들과 국가에게 스위스는 진중한 경종을 울린다. 

 

박사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살려달라고 외쳤다면 뱃사공에 의해 귀한 생명을 건졌을 것이다. 그런데 살려달라고 외치지 않고 "까짓것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 꺾어가면서 살려달라고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면 죽는다. 그가 배운 모든 지식이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마지막 자존심을 꺾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마지막 자존심을 꺾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마지막 자존심을 꺾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가장 수준 높은 협상은 타인과의 협상이 아닌 나 자신과의 협상이다. 인간관계, 사업상에서의 문제, 직장생활에서의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가장 필요한 협상은 나 자신과의 협상이다. 마음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수준 높은 협상을 배우는 것이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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