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영어로 섹스(sex)라는 말이 일상 속에서 노출된 지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금기어처럼 여겨지던 표현이 매스미디어에서도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성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역사를 전공한 인문학자로 이번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임해리박사의 <헬렌 Q> 방송 일부를 연재하기로 한다. 그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성은 휴머니즘(humanism)이라고 단언한다.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상태를 색맹色盲이라고 보는 그의 관점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성, 아동에 대한 성범죄와 군대 내 성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헬렌 Q>채널은 인문학으로 보는 성교육이 필요하며 성범죄가 점점 더 반인간적이고 폭력성이 심각해지는 현실 속에서 성에 대한 인문 교양을 위한 방송이라 할 수 있다. 첫 회에서 방송 개설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성性도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할 필수 교양 덕목이라고 생각하며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은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인 동시에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性은 한자로 마음 심心과 날 생生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정신과 육체(생명의 에너지)를 뜻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성은 보통 3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섹스 sex는 암컷이냐 수컷이냐로 구분하는 생물학적인 의미이고 젠더 gender는 사회적, 문화적인 성을 뜻하며 섹슈얼리티 sexuality는 성행위에 대한 인간의 성적 욕망과 성적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제도와 규범들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로 쓰인다.
남녀의 성 문제는 관계 사이에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더 세밀히 살펴보면 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남녀의 성은 하나의 행성과 또 다른 행성의 만남인 동시에 한 세계와 다른 한 세계의 조우일 수 있다. 그것이 동물의 번식 욕망인 교접과 다른 의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발달은 인간의 욕망을 상업화시켜 성을 소비적이고 배설적인 출구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에 대한 이중 잣대로 남성과 여성을 평가하면서 여성의 욕망을 억압하기도 한다. 여성뿐 아니라 인종에 대한 차별의식,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헬렌Q>의 의미는 헬렌이 3100년 전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떠나서 그리스와 트로이가 벌인 전쟁의 유발자였다. 즉 사랑과 전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Q는 Question 질문, 혹은 Quest 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헬렌Q는 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지식을 가짐으로써 행복한 성생활을 위한 방송이란 뜻이다.
성性은 섹스 sex로 섹스는‘분리하다’란 뜻의 라틴어 ‘세카레 secare’에서 유래되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신들에게 반기를 든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제우스 신이 인간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반으로 쪼개어 놓았다”라고 함.
즉 섹스 sex는 세카레 secare에서 유래. 분리하다, 나누어지다는 뜻 한자로 성性은 마음心에 날生으로 정신과 육체가 같이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말로 색色은 중국 『한서漢書』에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글이 나온다. 즉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미색이라는 글귀가 나오는데 한무제의 신하였던 이언년이 자기 누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여 한무제의 총애를 받게 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영화 <색,계 Lust, Caution>에서 색色은 욕망, 계戒는 주의, 경고하다는 뜻이다. 중일전쟁(1937~1945) 속에서 구국의 임무 대신 사랑을 택한 여주인공은 색의 덫에 걸린 것일까? 사실 색과 계는 양립할 수 없는 문제로 우리 삶 속에서도 늘 갈등의 여지를 주고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사회규범 속에서 일정 부분 통제되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의 명기 황진이 시조 중에 어론이란 글이 나오는데 얼우다에서 변하였고 그 뜻은 남녀가 섹스를 하였다는 뜻으로 나중에 어른으로 쓰였던 것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면 구뷔구뷔 펴리라
섹스는 순우리말로는 표준 대백과 사전에 ‘빠구리‘라는 속어로 되어 있는데 전라도 지역에서는 전혀 다르게 ‘땡땡이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또한 ’씹‘이란 말이 욕의 접두어로 쓰이는데 사전의 의미로는 하나는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뜻이고 다른 의미로는 성관계를 갖는다는 뜻이다. 일례로 ‘씹선비’라는 말은 선비를 비하하는 의미인데 고상하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빗대어 지칭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앉은뱅이 씹자랑 하네’라는 말은 별 볼일 없으면서 자랑하는 것을 뜻한다.
속담에 ‘씹에 길 나자 과부 된다더니’, ‘이 호강 저 호강해도 씹 호강이 제일이다’, ‘봄 씹 세 번에 초상난다’, ‘고기는 씹는 맛, 씹은 박는 맛이다’, ‘토끼 씹하듯 한다(일을 후다닥 해치울 때)’는 표현이 많이 있다. 그리고 비속어로 씹탱구리는 여성의 성기가 부풀어 오른 모습을 뜻하고 씹쭈구리는 성행위 후에 찌그러진 여성의 성기 모습으로 볼품없을 때를 가리키며 씹새끼는 처녀의 새끼 즉 애비없는 자식이란 뜻이니 함부로 내뱉을 욕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욕 중 대부분이 성과 관련 있다는 것은 성이 인간의 기본 욕망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 외 흔히 쓰는 말로 ‘떡친다’라고 하는데 원래는 떡을 떡메로 세게 부딪치게 하다는 뜻으로 떡메와 절구의 모양이 마치 남녀의 성기를 닮은듯해서 나온 것으로 남성 중심의 표현법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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