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의 이유 1월의 저물녘에 낡아빠진 경운기 앞에 돗자리를 깔고 우리 동네 김 씨가 절을 하고 계신다. 밭에서 딴 사과 네 알 감 다섯 개 막걸리와 고추 장아찌 한 그릇을 차려놓고 조상님께 무릎 꿇듯 큰절을 하신다. 나도 따라 절을 하고 막걸리를 마신다. 23년을 고쳐 써 온 경운기 한 대 야가 그 긴 세월 열세 마지기 논밭을 다 갈고 그 많은 짐을 싣고 나랑 같이 늙어왔네! 그려 덕분에 자식들 학교 보내고 결혼시키고 고맙네! 먼저 가소! 고생 많이 하셨네 김 씨는 경운기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 뒤 폐차장을 향해서 붉은 노을 속으로 떠나간다. 박노해, 전문 시를 즐기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이 시를 어느 책에서 보았다. 말로만 듣던 박노해 시인의 시인 가보다. 더 많은 그의 시를 읽지는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