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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강윤 소방관의 이야기 ⑬ '휴일의 단상'

스타트업엔 2020. 9. 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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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열세 번째, 김강윤 소방관 휴일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열세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소방본부 산하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 소속 김강윤 소방관의 휴일과 취미에 대한 이야기인 '휴일의 단상'이다.

 

김강윤 소방관 출처-스타트업엔

 

직업 특성상 휴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닌데 그래도 일요일이 쉬는 날이 걸리면(?) 남들처럼 어디론가 떠나고도 싶습니다. 그래서 직업 이상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소방 후배들과 부산지역 강사님들과 의기투합해서 떠났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비용이 적잖게 드는 비교적 고가의 레저이고 시간과 열정을 많이 투자해야 할뿐더러 힘은 힘대로 들고 위험하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레저이죠. 그래도 가랑이 찢어질 듯 말 듯 버는 거 한정적인 봉급쟁이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포기 못하는 이유는 바로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겸손'을 배우기 때문이랍니다.
십수 년을 즐기면서 한때 세상천지에서 내가 제일인 줄 알고 까불락 거리다가 염라대왕님 앞에까지 갔다 온 것만도 서너 번은 되네요. 살고 죽는 거 보는 직업이라 사람 목숨 재천(在天)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내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순간 겪고 보니 숨 쉬고 사지 멀쩡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늦게야 깨달았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중인 필자

한정된 공기로 버디(buddy)와 계획된 다이빙을 하며 물속으로 들어가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다시 물 밖로 나오기 위한 갖가지 기술을 연마하는 순간순간이 모두 '살아나가기 위함'이니 인생사와 스쿠버가 딱히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말입니다. 또한 이 짓(?)을 하며 배우는 '겸손'은 실로 놀랍습니다. 수백, 수천 미터 깊은 바닷속 중에  기술이래 봤자 이제 겨우 백 미터쯤 들어갈 줄 아는 인간의 존재란 참으로 보잘것없습니다.
대자연 앞에 자신의 존재가 티끌조차도 되지 못함을 깨닫는 순간 그저 머리를 조아리며 살게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빌게 됩니다. 조물주가 이 대지와 바다를 우리에게 준 것은 니들 감히 함부로 여기를 대하지 말고, 보고 경외하며 겸손함을 배우라 한 듯합니다. 그런데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엄마 품속과 같은 심연의 물속은 인간이 내던진 온갖 쓰레기가 돌아다닌답니다. 버린 인간들 죄받을 겁니다. 저 역시 철없는 시절 그 아름다운 물속의 생명들을 잡아서 자랑거리로 만들고 취식하기도 했습니다. 말하기도 싫은 저의 과거가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지금은 그 세상을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냥 인사만 하고 나옵니다. 거긴 인간이 아니라 그네들의 세상이고 자연의 품이기 때문입니다.

 

수상 훈련 중(사진=김강윤 소방관)

 

오늘은 사랑하는 소방서 후배들과 함께 몇 달간 저에게 또 동료 강사님들에게 배운 기술을 바다에서 실습해 보았습니다.
저 올챙이 적보다 훨씬 세련되게 잘하는데 굳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해대며 선배 티 좀 냈습니다. 이 모든 게 즐겁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부디 잘 배워서 겸손과 살아감에 미덕을 함께 나누는 다이버가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늘 바다같이 살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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