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청년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취업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당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먹고사는 의식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둘러 시대 탓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난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던 문제다.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 허무맹랑한 꿈만 꾸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다.
지인 중에 대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있다.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거기까지다. 그는 어지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늘 무표정한 얼굴로 있고, 매사에 귀찮아한다. 나는 그에게 어떤 일도 시키지 않고, 작은 부탁도 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불편해하는 것도 있지만,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킨다는 표정을 보는 것도 나로서는 꽤나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취업, 그리고 직장생활은 협상의 연속이다. 실전에 부딪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스스로와의 약속에 철저해야 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자기 관리도 하지 않고 예의도 없는 젊은 사람을 두 팔 벌려 받아주는 곳은 없다. 자신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순서를 정하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어떤 회사에 입사할 것이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된다. 문제는, 나의 입장에서 취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 준비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토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토익은 누구나 준비한다. 그런데 토익 고득점을 받는 사람들 중에 원어민을 만나서 원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남들이 다 하는 자격증이나 어학 증명서만 갖고 있다고 해서 성공적인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지 않던가? 나는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생활영어가 훨씬 떨어지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회사는 대학교가 아니다. 섣부른 자랑질이나 농담 따먹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놀고먹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밥을 주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input이 있으면 그에 따른 확실한 output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곳이 회사다. 회사는 자격증을 많이 갖춘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풍부한 지혜,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강인한 정신력, 인성과 겸손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 정하라. 100% 이기는 협상을 만들 수 있다.
◇확실히 약속하라
약속이 중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 자신과의 약속이든, 가족과의 약속이든, 직장 동료들 간의 약속이든,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약속은 없다. 취업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정확한 약속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나와의 약속을 정해두는 것이다. "올해는 토익에서 반드시 900점을 받겠다."는 약속을 정해둔다. 그럼 그 약속을 세밀하게 쪼개서 6월까지는 몇 점, 5월까지는 몇 점, 4월까지는 몇 점 나누고, 그러기 위해서 주간별, 일별, 시간별, 차트별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두고 그대로 따라간다. 핑계는 필요 없다. 지키면 그만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를 기점으로, 한 달 전에 2권의 책을 샀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책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 매달 5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책을 구입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38살인 내가 80까지 산다고 예상했을 때, 남아있는 인생은 42년에 불과하다. 아무리 100세 인생이다 뭐다 해도 남은 인생은 62년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데 1주일의 시간이 허비된다고 가정해본다면, 1년에 52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럼 80세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은 2,000권가량 되고, 100세까지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있다고 해도 읽을 수 있는 책이 3,000권에 불과하다.
지난 5, 6년간 읽은 책이 약 2,500권에서 3,000권가량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읽어야 할 책의 분량을 읽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책을 고를 때에도 선별적으로 책을 고른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저술된 책, 구매가치가 높은 책, 아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다독보다 정독, 숙독을 선택한 것이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알맹이가 크지도, 깊지도 않은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인생에 거대한 가치와 용기를 전해줄 수 있는 책을 골라서 읽기로 마음을 정한 뒤로는 헛된 소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데드라인의 설정
앞에서 이야기한 두 권의 책을 읽는데 기간을 생각해보았다. 900페이지에 달하는 두 책의 페이지는 1800페이지에 육박한다. 쉬운 책이 아니기 때문에 많아야 하루에 20장에서 30장을 읽을 수 있다. 하루에 30장씩 읽으면 두 권 모두 읽는데 60일이 걸린다.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해도 해야 하고, 분석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 달에 한 권도 제대로 못 읽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 두 달에 한 권의 책(9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역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혹은 그와 비슷한 부류의 고전들)을 읽는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6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쩌면 600권의 책 보다 훨씬 크고 의미 있는 6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1년간의 독서 수확은 생각보다 두둑할지도 모른다. 독서뿐만이 아니다. 계산을 통해 적절한 데드라인을 설정해두는 것이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다. 고전 독서가 나와의 싸움, 나와의 협상이었다면 내가 지금 처해있는 현실에서 데드라인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협상의 연장선이자 시작점이다. 영어공부, 자격증, 취업의 현실화 등등 모든 것이 데드라인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겸손을 유지할 것
그러나 아무리 데드라인이 어떻고, 약속을 잘 지키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겸손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직장 상사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 젊은 사람을 채용하는 상사는 없다. 기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겸손은 그 자체만으로도 잘 벼린 칼과 같으며, 상당한 무기가 된다. 겸손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며, 우수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겸손하지 못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수많은 기회들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겸손은 비굴한 상황에서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겸손도 겸손이지만, 나에 대한 겸손도 겸손이다. 10년 뒤 나에게, 20년 뒤 내 아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을 태도와 자세를 갖추어야 협상에 올바르게 임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스타일러(의류관리기기)를 케어하러 오는 기사가 있다. 관리 겸 세일즈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분인데, 아내와 나는 관리기사가 하는 이야기에 한 번도 혹해본 적이 없다. 생활 전자기기에 크게 관심도 없고, 우리가 필요해서 알아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정보 전달+권유에 의한 영업방식을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침대를 교체하자고 이야기했다. 침대가 오래된 것은 사실이었다. 결혼하고 죽 써온 상품인 데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매를 고민하게 된 계기는 다른 데 있었다. 관리해주는 기사님이 매우 친절한 데다 상당히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완벽하게 공개하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진실되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솔직함 속에는 상대방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강한 힘이 있다. 겸손한 사람이거나 솔직한 사람처럼 쉽게 사람을 여는 존재도 드물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기본예절을 배우지 못한 결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솔직함이란 나의 부족함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핑계로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오죽하면 성경에서 솔직하다는 핑계로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두고 충고했을까?
혹은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 같으니라 -잠언 12:18
◇끝맺음이 좋아야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말이다. 모든 협상, 혹은 인간관계는 끝이 좋지 않으면 앞선 과정들 모두 쉽게 틀어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시작도 중요하다. 인간관계, 비즈니스 관계, 협상, 정치 어느 장르나 세계를 비롯하더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시작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끝맺음을 잘 맺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솔직한 의견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관계는 협상에서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상호 간에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는 관계가 되어야 올바른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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