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주, 반도체법 연관 총 611억 달러 투자 유치 기대
주 정부 반도체법 제정 및 챕터403 통한 기업 지원으로 반도체산업 입지 대폭 강화
텍사스주가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5월 이후 미국 전역에서 발표된 총 58건의 반도체 산업 신규 및 확장 투자 계획 중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소재 신규 파운드리를 포함한 6개 프로젝트가 텍사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투자 총액 기준으로는 611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1, 3위 기업인 TSMC, 인텔이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한 애리조나주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이하 ‘SIA’)에서 발표한 주별 반도체 산업 자료에 따르면, 211곳의 반도체 제조 사업장을 보유한 텍사스는 2022년 반도체 수출액으로 총 210억 달러를 달성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27.9%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 전역에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18개 주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 멕시코 인접, 동서부를 잇는 미국 남부의 지리적 요충지
지난 4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미국 언론 CNBC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 텍사스는 '자체 항구를 보유하고 있고, 원자재 수급이 가능하며, 사업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차세대 반도체 칩 제조산업을 이끌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이 텍사스가 가진 지정학적 이점은 많은 기업이 텍사스를 반도체 제조의 전초기지로 고려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러우〮 사태를 거치며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미국이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견지해 오던 '연구개발과 설계는 국내에서, 직접적인 생산, 제조는 해외에서'를 골자로 하는 전략 기조를 전면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함께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은 미국 기업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경영 컨설팅 기업 커니에서 매년 발표하는 리쇼어링 지수(Kearney Reshoring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96%에 달하는 미국 기업 CEO가 리쇼어링을 고려 중이거나, 이미 리쇼어링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작년 조사 결과인 78%를 대폭 상회하는 수치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체적으로 항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육로를 거쳐 미국 동서부 항구를 통한 원자재 조달 및 완제품 수출이 가능하며, 오스틴과 같은 텍사스 중부지역에서 최근 테슬라에서 기가팩토리 건설을 발표한 멕시코 첨단 제조산업의 허브인 몬테레이까지 차량으로 불과 7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은 많은 반도체 기업들의 텍사스 투자를 더욱 가속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 반도체 산업 정책 지원 확대로 대형 제조사 투자 증가
작년 8월 제정된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및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보조금 및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신규 투자 및 제조 시설 확장을 유치하고,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대한 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및 과학 산업에 총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구체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설 지원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에 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반도체 부문에 총 527억 달러 기금을 조성해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보조금과 별도로 생산 설비, 공장 건설 등 투자금에 대해 추가적으로 25%의 투자세액공제도 제공한다.
연방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텍사스주에서도 지난 6월 자체 반도체법(Texas CHIPS Act, HB 5174)을 최종 승인하며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국내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텍사스주는 앞으로 자체 반도체법에 의거해 구성된 혁신 컨소시엄을 통해 고등 교육 기관, 비영리 단체 등과 협력해 반도체 혁신, 연구, 설계, 제조와 관련된 종합적인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며, 연방 반도체법 보조금을 활용한 반도체혁신펀드는 해외 반도체 제조 기업의 적극 유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반도체 제조 산업에서의 ‘온쇼어링(Onshoring)’을 실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텍사스 반도체법은 단순히 공장 건설에 따른 일회성 자금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장기적 인프라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텍사스주의 대표적 고등교육기관인 UT오스틴, 텍사스A&M의 연구 및 제조센터에 총 6억6640만 달러를 할당했으며, 세부적으로 UT오스틴을 기반으로 한 TIE(Texas Institute for Electronics)의 어드벤스드패키징(Advanced Packaging) 시설 건설에 4억4000만 달러, 텍사스A&M의 양자 및 AI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2억 달러, 이 밖에 텍사스A&M의 차세대 마이크로칩 연구에 2640만 달러를 각각 지원해 차기 미국 반도체 산업을 끌어나갈 인력과 기술을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대형 투자기업에 10년간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텍사스주의 대표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챕터(Chapter)313이 작년 말 종료됐지만, 주요 제조산업 및 인프라 프로젝트를 텍사스에 유치하기 위한 주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반도체, 제조업, 가스 처리, 수소 연료 생산 및 탄소포집 기술 R&D 등 주요 산업 시설 등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텍사스 '일자리, 에너지, 기술 및 혁신법(JETI Act) HB(House Bill)5'에 최종 서명하며, 이 법을 근거로 챕터313을 대체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챕터403을 제정하는 것에 합의했다. 챕터403은 2024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며, 예비 지원기업들은 올해 9월부터 텍사스주 감사원(Comptroller)을 통해 신청 관련 문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텍사스에서 투자를 결정한 기업 또는 추후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173억 달러 규모 테일러 공장 건설 확정 발표 직전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도 텍사스 북부 셔먼(Sherman)에 총 3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도 셔먼에 실리콘 웨이퍼 제조공장 건설을 확정한 바 있는데, 이들 기업 모두 연방 및 텍사스 반도체법과 지역 인센티브 등 정책 지원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에 따라 자동차, 데이터, 무선통신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기업이 잇달아 공장 증설을 발표하며 향후 수요에 대응하고 있고, 미국 또한 반도체법을 통한 각종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을 내세우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전문 인력 수급이다.
최근 SIA에서는 미국 반도체 관련 인력이 오는 2030년까지 6만7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에 앞서 애리조나에 신규 파운드리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TSMC도 인력 수급 문제로 인해 생산 일정을 기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텍사스의 경우 반도체 인력 수급에 있어 타 주 대비 비교적 유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텍사스의 폭발적인 인구 성장과 양질의 교육 환경 등에 기인한다.
실제로 텍사스의 인구는 2022년 기준 3000만 명을 돌파하며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2년 전에 비해 43.4% 성장한 수치다. 비단 인구수뿐 아니라 주도인 오스틴과 그 인근에 UT오스틴, Baylor University, Texas A&M, Rice University 등 다수의 명문대 및 연구기관 등이 소재해 인재 수급에 용이하며, 텍사스 반도체법에서도 교육기관들의 반도체 관련 연구, 개발 및 인재 배양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점 등이 텍사스의 반도체 인력 성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처럼 텍사스주가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의 주요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현지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에는 기회와 함께 우려 점도 존재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반도체법에 의거한 재정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려 대상국과의 반도체 제조 관련 거래 제한, 기대 수익 초과 회수 등 여러 가지 제한과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는 점과 올해 새롭게 제정된 텍사스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챕터403의 승인 절차에 주지사 승인이 추가된 점 등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그리고 텍사스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잠재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텍사스는 풍부한 인적자원, 강한 경제 상황, 낮은 세금 부담 및 기업 친화적 환경을 내세우며 반도체 제조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투자 유치를 적극 환영하는 모양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텍사스주 정부 및 지역 정부와 협력해 기업 실정에 맞는 다양한 인센티브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우수한 현지 인재를 확보하며,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 노력을 통해 텍사스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료출처 :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U.S. Census Bureau, Office of the Texas Governor, The National Law Review, Dallas Morning News, CNBC, The Texan Tribune, Kearney, KOTRA 달라스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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