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홍제동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며 그나마 꾸역꾸역 살아 온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이런저런 기억에 때론 쓴웃음 짓고 때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지나간 일 들춰서 뭐 할까보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난 가끔 멍하니 옛일 생각하는 시간이 나름 귀한 때이다. 지난 1월 책을 출간하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과분한 축하를 받았다. 내 글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일 텐데 나보다 더 내 글을 좋아해주며 알아주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다는 것에 매일 놀라면서 또 감사했다. 그중에도 책 출간을 자기 일처럼 좋아해줬던 구조대원 후배가 있다. 수년 전, 지척에 살며 가끔 아니 자주 술잔을 기울이던 후배다. 190이 넘는 큰 키에 늘씬하고 잘 생긴 한 살 아래 동생이었던 '인섭이'는 누구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