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터뷰

[인터뷰] 대학교수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휴머니스틱 IT의 선구자' 글리넷의 김민하 대표

스타트업엔 2021. 12.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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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틱 IT'란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아무리 IT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결국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인 메타버스는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가 가상세계를 체험한다. 글리넷의 김민하 대표가 론칭한 스페이시는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과 소셜 네트워크를 접목한 서비스이다.

문화 이벤트 등 오프라인 행사를 실시간 중계를 통해서 온라인 공간과 연결시킨다.  동일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두는 서비스이다. '감동을 주는 테크놀로지 구현'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대학교수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새로운 길을 걷는 글리넷의 김민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글리넷 로고

Q.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미국 시애틀에서 창업한 글리넷(GleeNet)은 2016년에 설립되었고요, 그리고 공간기반 소셜미디어를 서비스하는 기업입니다. 지금은 앱마켓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폐쇄하고 다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어요. 

 

Q. 현재 회사의 투자 유치 여부와 투자를 유치하셨다면, 어느 정도의 투자금을 어떻게 유치하셨나요?

 

캐나다 투자회사로부터 현재 약 5억 원 정도의 시드머니를 확보했습니다. 이제까지는 제가 사업 자금을 쏟아 부어 회사를 운영해 왔고요. 사실 제가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나서 경기도 양수리에 있던 집을 갤러리로 개조해서 갤러리 사업을 하고자 했는데요, 그때 갤러리 안에 작가와 방문객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데서 사업이 출발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 사업으로 급 전환한 것이죠. 그래서 양수리 집을 팔아 7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자금을 투자해서 미국 회사 설립 및 운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글리넷 김민하 대표

Q. 대표님의 회사 설립 전 이력이 궁금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근무했습니다. 당시 제 전공은 뉴스를 다루는 저널리즘이었는데, 제가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 쓰면서 연구한 소셜네트워크를 접목시켰습니다. ‘뉴스 인류학’이라는 제목 하에 몇 개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뉴스의 원형을 따져 보기도 했고요, 2010년에는 한국방송학회와 KBS가 공동으로 주관한 콘퍼런스에서 ‘소셜 콘텐츠’를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던 것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최초로 제가 교수 이외의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12년 파리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였습니다. 왠지 교수로서의 삶이 새 장안의 새,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파리에서 하얀 캔버스에 오일 또는 아크릴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단순히 학술논문으로 종결짓는 것이 아니라 손에 쥘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평가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생겼습니다. 당시 교수 사회의 위선과 만용에 몸서리를 치던 때였거든요. 

 

Q. 링글은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링글은 임시로 붙였던 서비스명인데 이미 다른 회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스페이시(SPACY)’라는 상표로 출원을 했습니다. 스페이시로 불러주세요! 스페이시는 제가 2016년에 출시했던 공간 기반 소셜미디어 ‘옴니버스’를 리뉴얼해서 개발,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처음 기획했던 6년 전 당시 제가 공간 기반 소셜미디어라고 이야기하면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얼마 전부터 메타버스가 뜨고 나니까 이제서야 사람들이 제가 하려던 사업이 메타버스라고 해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엄밀히 말하면 제 사업은 메타버스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소셜미디어의 아키텍처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 공간 기반 소셜 미디어입니다.

 

개인의 소셜 페이지가 아니라 공간, 즉,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 공간, 여행지, 카페, 식당, 도서관 등의 소셜 페이지에 접속해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채팅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및 네트워킹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기존의 소셜 앱과는 구조 및 서비스 면에서 질 적인 도약이 이루어지기에 제가 ‘소셜 스페이스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서비스 화면

Q. 스페이시(SPACY)가 기존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지 메타버스를 표면에 내건 소셜미디어(SNS)는 없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는 그야말로 가상공간일 따름입니다. 사실 아시다시피 메타버스라는 어원은 소설로부터 가져온 것이에요. 개발의 실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들어 3D 게임의 환경이 확장되면서 그리고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서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아바타를 통한 미팅이라던가 게이밍을 해보려는 차원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이죠. 엄밀히 말하면 실체가 없는 겁니다. 물론 일부 메타버스 개발자들이 과거 로봇을 구현하려는 욕망과 비슷하게 표정, 촉각과 같은 개인의 오감이 인터넷상으로 동기화 되도록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소셜 스페이스 플랫폼과는 개발의 의도나 목적, 동기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소셜네트워크, 즉 소셜미디어입니다. 현실에서 개발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공간의 애니메이션화와 아바타로 일컬어지는 가상공간의 경험에 국한된다면 소셜 스페이스 플랫폼은 애니메이션과 아바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입체감, 공간감 있는 UX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 이용자에 의한 문화 이벤트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현실 세계가 연결된다는 점, 동일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두는 소셜네트워크라는 점 등이 현실의 메타버스와는 다른 점들이죠. 페이스북이 서둘러 회사명을 변경하는 등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동기와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메타라고 회사명을 지은 게 잘못인 거죠. 

 

Q. 스페이시(SPACY)​​​​​​​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이벤트를 주최하는 누구나가 스페이시 안에 공간을 개설할 수 있고 공간 운영자가 됩니다. 그러면서 매월 일정 금액의 구독료를 스페이시 관리자 측에 내는 겁니다. 그러면 스페이시는 공간 운영자들에게 해당 공간에 방문한 이용자들을 분석한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일종의 어드민 콘솔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공간 운영자들은 자신의 이벤트를 중심으로 연결된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벤트 주최자들이 기존에 대략 월 1백만 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었다면 스페이시를 이용하는 경우 그보다 십 분의 일도 안되는 비용을 내고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Q. 초기에 사업을 론칭하고, 어떤 방법으로 홍보를 하셨는지요?

 

주로 SNS, 즉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및 홍보를 하였고, 제가 창업한 회사의 브랜딩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휴머니스틱 IT’라는 정체성, ‘감동을 주는 테크놀로지 구현’이라는 회사의 방향성 등을 각인시키기 위해 작은 언론들을 통해서 홍보를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작은 언론은 메이저 언론이 아닌 말 그대로 작은 규모의 인터넷 언론을 말합니다. 사실 메이저 언론이 저 같은 작은 스타트업 회사 창업자한테 주목하지는 않거든요. 

 

Q. 창업 초기에 애로사항이 있으셨다면 어떤 부분이었나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 회사를 설립했던 것도 한국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IT 창업가는 크게 두 부류만 인정을 받더라고요. 컴퓨터 공학도 출신의 개발자 아니면 잘나가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 컨설턴트. 저 같은 인문학도 출신의 창업가에게는 기존에 뿌리내린 기업들, 특히 대형 포털의 텃세가 너무 가혹했습니다.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 너무 강했던 거죠. 유명 벤처기업가들을 컨택 해도 저에게 해주는 조언은 빨리 개발자를 구하라는 말뿐이었어요. 

 

Q. 대표님과 함께하는 팀원분들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2016년에 창업한 미국 스타트업 글리넷은 상근 인원이 저 한 명이고 다 외주를 주어서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설립한 캐나다 법인은 저 포함 5명의 운영진으로 구성이 되었는데요, 아직은 스텔스 모드를 벗어나지 않아서 이름까지 공개하기는 좀 이른감이 있습니다. 다만 다국적으로 구성이 되었어요. 홍콩, 베트남, 나이지리아 출신의 캐나다 이민자들로 구성하였습니다. 

시애틀 본사에서 김민하 대표와 인도 개발자들

Q. 대표님께서 사업을 하시면서 재미있었거나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기획을 맡고 개발은 인도에 소재한 개발 회사에 아웃소싱을 했습니다. 그때 만난 인도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인도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낙천적이거든요. 사실 제가 기획하고 스토리보드까지 만든 공간 기반 소셜미디어는 단순한 앱으로 구현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의 경지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된다는 식으로 저를 격려해 줬던 사람들 이예요. 결국 론칭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가서비스가 워낙 많다 보니 앱의 캐파와 구동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이내 앱마켓에서 내려버렸지요.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에 보다 냉철한 개발자적 판단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인도 개발자들의 명쾌한 ‘예스’의 부추김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격이 되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Q. 대표님은 미국에서 '글리넷'이라는 회사도 창업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글리넷'은 어떤 회사인가요?

 

2015년에 제가 교수직 그만두고 한국에 아포코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다가 바로 1년도 안되어서 2016년에 미국 시애틀에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가 바로 글리넷 입니다. 공간기반 소셜미디어 ‘옴니버스’와 인터뷰 앱 ‘블루카펫’을 다 미국에서 출시했었습니다. 

 

Q. '휴머니스틱 IT의 선구자'라고 표현을 하셨는데요.. 대표님이 분석하신 관련 시장은 어떤가요?

 

요즘은 ESG 경영이다 해서 비즈니스의 선한 가치 창출에 많이 주목하고 있는 편인데요, 2015년만 해도 제가 휴머니스틱 IT를 제 회사의 사표로 제시했을 때 많이들 생소해 했어요. 그 후 다국적 IT 기업들이 여기저기 비슷한 개념을 주창하면서 지금은 다소 올드 해진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제가 추구하는 휴머니스틱 IT, 휴머니스틱 네트워크는 기술과 기술을 응용한 네트워킹을 통해 사회의 난제들과 부조리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결자해지라고 공해, 경제적 불평등, 전쟁, 기아 등 사회적 난제들과 부조리는 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것이니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는 게 맞는 말이겠죠. 

옴니버스 서비스 화면

Q. 귀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사업 초기에 투자를 못 받아서 제가 투자한 자금으로 버티다 보니 자금난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마케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앱을 출시한 후 고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2016년에 출시했던 블루카펫은 Q&A 앱인데요, 무엇보다 가상화폐가 아닌 실제 현금이 이용자들 사이에 거래 되도록 개발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즉, 유료 질문 옵션이 있어서 소액의 현금을 걸고 질문을 한 후 질문을 받은 사람이 충실히 답을 한 경우 그 돈이 답한 사람의 은행 계좌로 이체가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을 콘텐츠 생산자로 보았고,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경험을 통해서 수익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도 기록했지만 성공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의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앱을 출시하고 나니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성되더군요. 미국에도 포춘텔러(fortune teller)라고 미래를 예견해 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도 있었고, 수적으로는 건강 관련 콘텐츠가 많이 생성되었습니다. 자칭 건강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계정을 생성하고 유료 질문에 답해주면서 수익화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 년 남짓 앱을 공개하고 마케팅했으니 이용자 데이터가 그다지 방대하지는 않지만 저한테는 좋은 학습의 기회였지요. 

 

Q.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해 주세요

 

기술을 통해서 예술이 주는 감동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테크닉 면에서 예술을 차용한다는 것이 아니고요, 기업이 하는 비즈니스 자체가 감동의 씨앗, 진원지가 되어야겠지요. 비즈니스를 통한 선한 가치 창출, 즉, 인간 중심 IT 실현이 한 축에 있고요,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상품 내지 서비스가 충분히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래서 음악과 같은 즉각적인 감동을 주는 그러한 테크놀로지를 추구합니다. 

 

 

스타트업엔 유인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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