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쓴 글을 쓰는 사람들 학창시절,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공영방송에서 나왔던 프로그램인데,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훌륭한 문학적 품위를 자랑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감춰져있던 책들이 방송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야말로 훌륭한 품격을 자랑하는 책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방영한 책 중에 故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구입은 했지만, 마음에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당장 코 앞에 다가온 입시와 전혀 상관 없는 책이었고, 독서에 깊이가 없었으며, 문학적 품위에 흠뻑 젖어서 담박한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만한 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