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고전문학, 혹은 역사에 관련된 책이 아닌 바에야 창조문학에 가까운 장편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수호지에 푹 빠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무협지는 읽지 않는 줄 알았다던 아내에게 “출간된 지 500년이나 된 무협지라면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수호지에 숨겨진 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수호지 7권에 나오는 어느 대화 장면이다. “듣자 하니 천자께서는 자네를 뽑아 양산박으로 보낸다더군. 내 자네에게 특히 할 말이 있어 불렀다네. 어디를 가든지 조정의 기강을 잃게 하고 국가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네. 논어에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알아 어디로 가든지 임금을 욕되게 하지 않는 자라야 사신이라 이를 수 있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