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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4

방재희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꽃 이야기’ ⑯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뙤약볕 속 짙은 초록빛 가로수 군락에 흰꽃이 별처럼 점점이 박혔다. 한여름에 피는 저렇게 예쁜 꽃이 있었나 싶어 다가가보니 무궁화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선 이태백의 시를 보자. 뜨락 꽃들이 아무리 고와도 연못가의 풀들이 아무리 예뻐도 무궁화의 아름다움은 따르지 못하네 섬돌 옆 곱고 고운 무궁화 꽃이야. 시경(詩經)에는 ‘안여순화(顔如舜華)’라 하여 무궁화꽃을 예쁜 여인의 얼굴에 비유하고 있다. 이집트의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히비스다. 무궁화의 학명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는 원산지가 시리아인 히비스 여신을 닮은 예쁜 꽃이라는 뜻이다. 아욱과에 속하는 꽃들은 다 예쁘다. 무궁화,부용,접시꽃,닥풀이 모두 그렇다. 당아욱(사진=방재희 기자) 예..

기고 2021.08.09

방재희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꽃 이야기’ ⑬

◇쓸모 없음에 관하여. feat 모과 모과꽃이 예쁘다. 밀리터리룩을 연상시키는 터프한 줄기에 수줍게 자리한 모과의 연분홍꽃은 자세히 눈여겨 보아야 보이는 숨은그림 찾기같다. 같은 장미과지만 매화,벚꽃,살구,복숭아 등의 꽃들이 화려한 꽃을 먼저 내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과 달리 모과꽃은 초록잎이 먼저 나고 그 속에 숨은듯 피어서일까? 모과꽃이 한창이어도 멀리서는 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과는 세번 놀라게 하는 나무라고 한다. 장미과의 수종에 속할만큼 예쁜 꽃에 비해 열매가 못생겨서, 못생긴 열매의 향이 너무 좋아서, 향 좋은 열매가 너무 맛이 없어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했던가? 청주에는 모과나무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가 있다. 꽃이 화려하거나 꽃과..

기고 2021.05.18

방재희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꽃 이야기’ ⑫

◇동백꽃 질 무렵 잔인한 달, 4월이 돌아왔다.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평온한 겨울의 땅에서 생명을 움틔우는 자체가 잔인하다고 했지만 제주의 4월은 동백꽃의 낙화처럼 속절없이 툭툭 떨어졌던 목숨을 되새겨야하는 고통의 달이다. 본디 제주에서는 동백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도둑이 든다고 믿어서 집안에 심지 않았다. 또한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꼭지채 쑥 빠져 떨어지는 것이 죽음을 연상시켜 불길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를 춘사(椿事)라고 하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본에서는 동백을 춘수락(椿首落)이라고 부른다. 동백꽃이 제주 4.3항쟁의 상징이 된 데는 낙화의 모양처럼 불의의 사건으로[춘사(椿事)] 이유없이 스러져간 민중의 덧없는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동백이 억울하게 ..

기고 2021.04.06

방재희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꽃 이야기’ ⑪

◇설중화 코로나19로 움츠려 유독 길게 느껴지던 겨울,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매화의 개화로 시작되었다. 한겨울에 피는 동매(冬梅),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고 설중매(雪中梅)라는 이름처럼 매화가 지금의 고난 중에 마치 희망의 전령사가 된 것마냥 반갑다. '귀로 듣는 향기'라는 표현처럼 아직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은은히 퍼지는 매화의 향기는 그 모습만큼이나 고졸하다. 제주에도 설중화로 불리는 꽃이 있다. 제주에 자생하는 수선화가 그 주인공이다. 여름을 알뿌리 형태로 흙 속에서 나고 겨울에 싹을 틔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수선화는 이맘때가 절정이다. 검은 현무암 돌담을 배경으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곳곳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선화의 모습에, 꽃이 발하는 진한 향에 탄성이 절로 난다. 제주 ..

기고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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