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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美 스타트업 생태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스타트업엔 2021. 9. 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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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금, 국부펀드 등 ‘비전통적 투자자’ 스타트업 투자 활기
변화 속에서도 기업 핵심가치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그야말로 미국은 스타트업 최대 호황기다.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사모펀드(Private Equity), 인수합병(M&A)을 아우르는 사적자본시장(Private Capital Market) 전문 리서치 기관인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는 약 1500억 달러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이전의 연간 투자액을 모두 경신한 기록으로, 그 배경에는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금, 국부펀드 등 소위 ‘비전통적 투자자(Nontraditional Investors)’라 불리우는 큰손들이 존재한다.

미국 연도별 VC 거래 활동(202상반기 기준) 자료=Pitchbook

◇비전통적 투자자의 부상

 

사실 ‘큰손’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만든 것일까?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OVID-19 팬데믹으로 주가가 불안정한 공적자본시장(Public Capital Market)에서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좋은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진데다, 0%대 저금리가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이 기대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Tech Startups)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까지 이전보다 오랜 기간 비공개 상태로 머물러 있는 추세가 지속돼 사적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점이 비전통적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적극적 투자, 美 스타트업 생태계 판도를 바꾸어놓을 것

 

2021년 상반기 미국 내 VC 거래 활동 건수 중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는 약 39%에 달하며,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거래 금액 중 무려 77%에 해당한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대개 큰 규모의 자본을 운용하고 있어 벤처캐피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며, 대부분의 벤처캐피털과 달리 기업 경영이나 이사회 운영에 깊게 관여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관례적으로 해왔던 기업 실사나 경영진과의 유대 관계 형성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던 과정들에 대해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빠르게 거래를 성사 시킨다.

미국 비전통적 투자자 참여 연도별 VC 거래 활동(2021 상반기 기준) 자료=Pitchbook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투자를 추진하는 전략은 분명 어느 정도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이미 안정기에 접어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후기 단계(Late-stage)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함으로써 위험 부담을 감소시킨다. 피치북에서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Exit) 바로 직전 단계 펀딩 라운드에 있는 기업에 첫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최근 들어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은 비록 상반기 데이터만 반영되어 있긴 하나,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후기단계 VC 거래 규모의 중간값이 2020년 2500만 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4060만 달러로 약 62%나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초기단계(Early-stage)는 2020년 1200만 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1500만 달러로 약 25%로 소폭 상승했으며, 시드 단계(Seed) 는 2020년 270만 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300만 달러로 약 11% 상승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비전통적 투자자의 단계 별 투자 규모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며, 이는 곧 ‘큰손’들의 자본이 후기 단계 VC 투자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1억 달러 이상의 메가 딜(Mega-Deal)이 거래 건수나 규모 면에서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비전통적 투자자의 단계별 VC 거래 규모 중간값(2021 상반기 기준) (단위: US$ 백만) 자료=Pitchbook

기업가치가 높은 후기 단계 스타트업 거래에서 전통 강자인 벤처캐피털과 비전통적 투자자와의 경쟁이 특히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부 벤처캐피털은 그동안 기업 평가를 위해 진행해 온 관습들을 과감히 탈피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반기는 모양새다. 벤처캐피털에서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지 않고도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데다, 큰손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기업가치 상승을 나날이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전통적 투자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큰손들을 움직였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면 비전통적 투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서 지속적으로 수년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인상됐을 경우 비전통적 투자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자본이득세 움직임도 이러한 트렌드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벤처캐피털의 경우 이러한 펀딩 트렌드와 기업가치 버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투자 방식은 각 기업에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Sequoia Capital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 컨설팅 기관 Mckinsey와의 인터뷰에서 “사적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갖는 의미는 한 개인이 한 기업을 평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공적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본은 그 자체로서 공공 지표로 의미가 있으므로, 공적자본시장의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판단될 경우 많은 투자자들이 사적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물결 속에서도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들은 크게 변하게 않다고 덧붙이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능력과 충분히 큰 시장 규모, 그리고 제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을 세 가지 핵심 가치로 손꼽았다.

 

그렇다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이 한국 스타트업 기업에 시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일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 투자자문회사 대표 D씨는 인터뷰에서 “이러한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 기업도 얼마든지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만 시드단계, 초기단계 스타트업의 경우는 지난 6개월간의 업적, 즉 고용 증가나 제품군 확장, 특허권 취득 등 회사의 성장세와 즉 자본효율(Capital Efficieny)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현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출처 : WSJ, Pitchbook, Crunchbase, McKinsey, Harvard Business Review,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스타트업엔 유인춘 기자

 

스타트업엔(Startu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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